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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중 4곳,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낸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뉴스종합| 2024-06-26 11:28
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상담창구 [연합]

기업대출 연체율이 2012년 2분기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속 채무상환 부담이 상환하는 가운데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채권부실이 급속화하는 모양새다. 10개 중 4개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2.31%(은행 0.48%, 비은행금융기관 5.96%)로 2023년 3분기 1.72% 대비 0.59%포인트 올랐다. 2012년 6월 2.48% 이후 역대 최고치다. 비은행의 연체율 상승폭은 1.73%포인트에 달했다. 은행은 0.06%포인트 상승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삼각 파고에 영업이익이 쪼그라들고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말 기준 2588개 상장기업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3.4% 감소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2.9%를 기록해 전년대비 2.0%포인트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번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비중은 41.4%에 달했다. 중소기업은 이 비중이 5.52%로 과반을 넘어섰다. 대기업도 29.2%로 30%에 육박했다.

영업이익을 총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 자체도 급락했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2.0배를 기록했다. 2022년 5.1배 대비 큰 폭 감소했다.

한은은 “기업신용의 경우 비은행금융기관 및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되었으나 연체율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고 설명했다. 기업대출은 1분기 1866조400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5.2% 증가했다.

가계신용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1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0.98%(은행 0.37%, 비은행 2.17%)로 지난해 3분기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1분기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가계신용 규모는 1882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 증가했다. 대출 증가는 상당부분이 주택담보대출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됐다.

기업의 빚 규모도 여전히 국내총생산의 두 배 이상이다. 다만,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 외의 깜짝성장을 기록하면서 레버리지 비율 자체는 감소했다.

민간신용을 명목GDP로 나눈 민간신용 레버리지는 1분기 206.2%(추정치)로 나타났다. 지난 분기(207.4%)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210.0%) 이후 일부 완화세가 지속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계신용 레버리지가 지난해 3분기 94.5%에서 올해 1분기 91.9%로 떨어졌고, 기업신용 레버리지도 같은 기간중 115.5%에서 114.2%로 1.3%포인트 낮아졌다.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5월 15.9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8.9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의’ 단계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부진 등에 따른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저하 우려 등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불안지수는 금융시스템의 단기적인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낸다.

다만, 중장기적 금융 취약성은 일부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 ‘금융취약성지수(FVI)’는 2024년 1분기 30.5를 나타냈다. 2008년 이후 장기평균인 35.3보다 낮았다. 금융취약성지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나타낸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취약부문의 채무상환부담 누증 등의 리스크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신용 레버리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향후 가계부채 누증 재개 등 금융취약성이 증대될 위험도 잠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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