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中 리스크, 인도로 넘고 수소 승부수...코오롱인더의 자신감 [K-석화, 불황 아이콘 벗자]
뉴스종합| 2024-06-26 11:42
지난 19일 찾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 원앤온리타워.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력 제품인 아라미드 섬유를 당겼을 때 표면을 형상화한 건물 외벽이 인상적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지난 19일 찾은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는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시설이 모여 있었다. 네모반듯한 건물 사이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외관의 코오롱 원앤온리타워. 멀리서 보면 마치 니트를 걸친 것처럼 보이는 원앤온리센터 외관에는 코오롱그룹의 기술력이 숨어 있다.

코오롱의 모태인 섬유, 그중에서도 최근 주력하는 아라미드 섬유를 잡아당겼을 때 나타나는 패턴을 형상화했다. 코오롱의 핵심 연구개발 거점에 회사 고유의 정체성을 녹여낸 것이다.

섬유 소재를 닮은 이곳 원앤온리타워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개발본부는 화학섬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타이어코드, 스판본드 부직포, 디스플레이·전자부품 소재, 아라미드 섬유, 스페셜티 석유수지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품질 향상과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 발굴과 기반 확보를 위해 이차전지나 연료전지의 소재·부품, 6G 기반 통신용 소재,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친환경 소재의 기술 개발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죠.”

이정준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개발본부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이날 만난 이정준 코오롱인더 연구개발본부장(상무)에게 어떤 연구를 주로 하느냐고 묻자 제품을 줄줄이 읊었다. 270여명이 일하는 조직이 다루기엔 너무 다양한 게 아닌가 싶지만 코오롱인더가 생산하는 제품군만 산업자재부문, 필름·전자재료부문, 화학부문을 통틀어 22개에 달하니 그럴 법하다.

‘코리아 나일론(Korea Nylon)’에서 따온 사명에서도 드러나듯 코오롱인더는 국내 최초 나일론 생산으로 시작해 합성섬유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소재를 다양화해 왔다.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는 긴 석유화학업계 불황 속에서도 비교적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는 힘이 됐다.

이 본부장은 “다양한 고분자 소재의 합성기술과 이를 이용한 응용품 제조기술로의 확장을 통해 사업을 전개해 왔다”면서 “나일론, 페트(PET) 소재를 시작으로 석유수지, 페놀수지, 폴리이미드, 에폭시수지, 아라미드 등 다양한 기능과 성능의 폴리머 합성기술을 기반으로 화이버, 타이어 보강재, 필름, 부직포, 멤브레인, 전자소재, 인조피혁 등 다양한 응용 분야 사업화를 추진해 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요소기술을 융합·확장한 사업 전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 석유화학사의 공격적인 증설로 인한 타격을 완전히 비켜 간 것은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 에틸렌 캐파(생산능력)가 1000만t을 조금 넘는데 중국 내 증설 계획만 하더라도 3000만t이 넘는다. 넘지 못할 산이 생긴 것”이라며 “원료를 공급하는 크래커가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비싼 원료를 써야 하는 다운스트림 업계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긴 호흡으로 본다면 인도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기회가 있고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 제품이라는 틈새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이 본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각 제품에 있어서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으로의 연구개발 전환을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용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기능성 소재·부품 사업에 힘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위기로 여겨지는 국제사회의 환경 규제 강화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이 본부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라미드 섬유를 두 배 증설해 현재 가동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아직 미국 듀퐁, 일본 데이진에 이은 3위”라며 “선도 기업을 보면 탄소배출에 대한 전 과정평가(LCA)가 우리보다 낮다. 탄소를 어떻게 줄일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무수한 중국 업체가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들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는 과정에서 LCA는 규제인 동시에 기회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이 부분을 잘 극복하면 또 다른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이 전자현미경(SEM)으로 제품의 표면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최근 연구개발본부가 가장 힘을 쏟는 과제는 수소 경제, 친환경 전환과 관련한 소재 개발이다. 일단 수소차나 수소연료전지용 고분자강화복합막(PEM)과 이를 이용한 막전극접합체(MEA) 개발 및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테스트를 마치고 고객사에 시제품을 납품하는 중이다. 코오롱인더의 멤브레인 기술을 활용한 수분제어장치는 이미 주요 수소차 프로젝트에서 핵심 기술로 채택됐다.

이 본부장은 “수소 관련 주요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수전해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최적의 수소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소재로는 KT&G와 공동 개발하는 라이오셀 토우가 대표적이다. 유럽에서는 2년 이내에 폴리머를 사용한 담배필터를 사용하면 담배회사에 분담금을 부여하는 규제가 시작되는데 이에 맞춰 친환경 담배필터를 개발하는 게 골자다. 라이오셀 토우는 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펄프를 단순 용해시켜 섬유화하는 공법을 사용해 생분해성이 탁월하다.

이 본부장은 “아직 넘어야 할 허들이 있지만 3~4년 내에는 큰 규모의 매출과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추가 협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들 소재 개발은 모두 코오롱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요소 기술이 바탕이 됐다. 전기차 타이어를 위한 고강도 타이어코드나 재활용 페트를 활용한 차량용 인공피혁, 비불소계 코팅재 등에 대한 연구개발도 그 연장선이다.

이 본부장은 “소재 섬유로 시작해 폴리머(고분자)에 대해선 어느 기업보다도 기술적 깊이를 가지고 이해하고 다양한 경험과 접근을 통해 가공능력을 확대해 왔다는 점이 코오롱인더 연구개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자신했다.

코오롱인더는 글로텍·생명과학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연구협력도 펼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회사·부서를 초월해 소통하는 CFC(크로스펑셔널커뮤니케이션) 과제를 발굴하고 있으며 연구팀 단위에서도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대표 사례로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인 mPPO(변성 폴리페닐렌옥사이드)를 들었다.

그는 “통신장비가 5G(5세대), 6G(6세대)로 가면서 유전 손실 이슈가 발생하는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소재 채택이 늘어나고 있다”며 “코오롱생명과학과 저유전 손실 소재 합성 등에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앤온리타워는 당초 연구만을 위한 시설로 계획됐지만 현재 사무공간으로도 함께 쓰고 있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잘한 결정이 됐다.

이 본부장은 “본사가 과천, 연구소(당시 중앙기술원)가 용인과 구미, 인천에 떨어져 있을 땐 본사와의 소통에 있어 물리적 거리가 컸는데 지금은 R&D와 영업, 기획부서가 함께 협력하며 상호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 취임한 이 본부장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것도 연구팀 안팎의 소통이다. 그는 “통상 연구는 시장이나 고객의 니즈, 수요에서 출발하는데 그걸 파악하는 역할을 기본적으로 기획이나 마케팅, 영업 부서가 하고 있다”면서 “어떠한 제품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들어오면 이를 R&D 차원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로드맵을 짜고 그에 따라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모든 기업의 R&D 목표는 새로운 소재나 고성능 제품을 개발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자발적인 소통과 협력의 R&D 조직문화를 만들고 디지털전환 및 인공지능(AI) 활용 기반을 구축하고 운영해 연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고 전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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