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속보] 볼리비아軍, 장갑차 앞세워 대통령궁 진입…"쿠데타 진행중"
뉴스종합| 2024-06-27 05:37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남미 볼리비아에서 군부는 26일(현지시간)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하여 대통령궁에 무력으로 진입했다.

무장한 볼리비아 군인들은 이날 오후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워 수도 라파스의 무리요 광장에 모였다. 무리요 광장에는 대통령궁(정부청사), 국회, 대성당이 위치해 있다. 볼리비아 군은 청사 앞에서 대오를 이루며 시민들의 통행을 부분적으로 통제했고, 장갑차로 청사 건물 입구를 파손했다.

군부의 핵심 지도부는 "무너진 조국을 되찾겠다"고 선언했으며, 대통령은 이를 쿠데타 시도로 간주하고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지 TV 방송인 텔레비시온 볼리비아나는 급박한 상황을 생중계했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규정을 벗어난 군대 배치가 있었다"며 "민주주의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도 엑스에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고 썼다.

이날 군인들의 이동은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의 명령으로 진행되었다고 현지 일간지 엘데베르가 보도했다.

합참의장이었던 수니가 장군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겨냥해 최근 민감한 정치적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수니가 장군은 현지 취재진에게 "군에 대한 모랄레스의 모욕적인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군은 무너진 조국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어떤 발언에 대해 군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니가 장군은 최근 "모랄레스는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라거나 "군대는 국민의 무장된 날개이므로 모랄레스를 막기 위한 모든 적법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모랄레스 측은 수니가 장군에 대한 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엘데베르가 보도했다.

페드로 벤하민 바르가스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에 수니가 장군을 고발할 것"이라며 "그는 군대가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과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현지 분석가들은 수니가 장군이 아르세 현 대통령에게도 '팽'당할 위기에 처하자 병력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아르세 대통령과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한때 정치적 동맹이었으나, 지지자들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현재는 완전히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우경화한 아르세 대통령이 사법적 박해로 더러운 전쟁을 계획한다"고 비난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이날 청사 안에서 수니가 장군을 만나 "군 통수권자로서 이런 불복종을 용납할 수 없으니 철군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각료들과 함께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볼리비아가 군부의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며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는 여기에 굳건히 서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군 지휘부를 즉각 교체했다. 그러나 군부가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주변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군부의 무력 행위를 비난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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