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세브란스병원 휴진 강행에도 여파 적어…환자들 “암 발견되면 어쩌냐” 분통
뉴스종합| 2024-06-27 10:07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이 예고대로 2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8시 신촌 세브란스병원 수납과 앞이 한산한 상태다. 정호원 수습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서정은·안효정 기자·김도윤·정호원 수습기자]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이 예고대로 2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세브란스 병원 내부는 평소보다 한산했지만, 교수들이 응급실·입원 병동 등 필수 유지 업무는 이어가고 있어 진료 차질은 크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휴진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휴진을 중단하면서 사그라들던 대형 병원 휴진 움직임이 재개되면서 환자들의 우려는 커지는 모습이다.

이날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돌입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은 크지 않은 모습이었다. 병원 내부 직원들은 “평소보다 사람이 적다”, “최근 한 달 사이 병원을 찾는 인원이 많이 줄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으나 “5% 정도만 휴가를 썼기 때문에 집단 휴진 여파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40대 김모 씨는 “2주 전부터 방사선과 진료를 받고 있는데, (휴진이라곤 해도)크게 평소와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라며 “담당 교수가 휴진하지 않으면 공지도 오지 않는다. 분위기도 (휴진 전과)비슷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40대 직원 정모 씨 역시 “휴진이라고 해도 필수과는 그대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바쁜 과는 오히려 더 바쁘기도 하다”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대통령실은 세브란스병원의 휴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여파가 크진 않을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휴진 여부가 교수 개인 선택에 달려있고, 병원장들 또한 휴진을 만류하고 있는 만큼 환자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에 “교수가 재량으로 휴진하더라도 스케줄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를 포함한 스텝이나 환자들하고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할 때 진료량이 확 줄거나, 중증 수술에 큰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2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세브란스병원은 정상 진료 중입니다’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연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지난 12일 결의한 대로 이날부터 휴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 12일 전체 교수의 뜻을 반영해 기한이 없는 휴진을 현재의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휴진은)하루하루 급변하는 의료 혼란의 정세 속에서 환자와 국민, 학생과 전공의, 교직원, 교수까지 모든 당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우리의 뜻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논의한 결과이고, 강제적이거나 폭압적인 과정에 의한 것이 아닌 개인의 양심과 자율에 기반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일방적 발표로 의료 혼란을 야기했다”면서 “세브란스병원의 전공의들과 연세대 의대 학생들은 의료와 학업 현장을 떠났다. 비대위는 연세대 의대 교수 각자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며 환자와 학생, 전공의, 교직원, 교수 당사자를 보호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의 휴진은 교수 개인의 결정에 따라 진행된다. 비중증상태 환자의 외래진료 및 비응급 수술, 시술은 진료 재조정 등을 할 계획이다. 비대위는 “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인식에 있다”라며 “정부가 의료대란과 의대 교육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할 때까지 휴진을 이어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이 예고대로 2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8시 신촌 세브란스병원 수납과 앞이 한산한 상태다. 정호원 수습기자

세브란스병원의 무기한 휴진 선언에 중증 입원 환자들은 “환자들 생각은 안하느냐”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빅5’ 병원의 휴진이 중단되는 흐름을 보이다 세브란스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벌이기로 하면서 최근 갈등봉합 양상을 보였던 의정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다니는 위암 환자 70대 김모씨는 “의사들이 집단 휴진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하며 “나같은 경우에는 위암 1기인데, 6개월 전 예약이기 망정이지, 지금 암이 발견되는 환자들은 어떡하냐”라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 병원을 아이 검진을 위해 방문한 보호자 30대 김모 씨는 “아이 병원을 예약하려고 서울 인근 빅5 병원을 찾았는데 예약되는 곳이 없더라”라며 “6월인데 11월에 예약을 하라고 해서 놀랐다”라며 한숨 쉬었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중단을 호소했다. 세브란스병원 4명의 병원장들 또한 교수진에게 서신을 보내 휴진 중단을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 139년간 연속된 진료는 앞으로 멈출 수 없다”며 “부디 환자를 위한 진료가 중단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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