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육아휴직 먼저 권유, 업무분담도 흔쾌히” [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뉴스종합| 2024-06-27 11:37
손영주 포스코 광양제철소 대리
남성 육아휴직 적극 권장 문화
동기 중 여섯명이 육아휴직 중
4년만에 남성 육아휴직 4배 증가


포스코 광양제철소 소속 손영주 대리와 가족 [포스코 제공]

“업무가 벅찰 정도면 육아휴직을 한 번 가보는 것은 어떨까.”

넷째인 딸이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은 지난해 초 무렵이었다. 손영주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강부 1제강공장 대리에게 선배인 임해욱 계장이 육아휴직을 권유했다. 육아로 힘들어하는 손 대리를 곁에서 계속 지켜보다가 마음이 쓰였던 것이다. 이에 손 대리의 소속 파트장도 육아 휴직을 흔쾌히 허락했고, 손 대리는 약 1년 동안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관련기사 4면

지난달 27일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손 대리는 “아내가 집안일을 하면서 얼마나 힘이 드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면서 “선배의 권유와 부서장, 부서원의 업무 분담이 있었기 때문에 값진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는 “‘기업시민’ 정신을 기반으로 올바른 사회문화 정착에 박차를 가하는 포스코의 조직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한다.

손 대리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 쌍둥이 남자아이 둘과 6살 남자아이, 그리고 이제 갓 돌이 지난 여자아이 등 네 자녀를 키우는 가장이자, 포스코 광양제철소 상근직 직원이다. 그는 오전 7시 30분 출근해 오후 5시 30분까지 1제강공장 내 전로파트 전로실비반에서 다양한 설비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1년 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최근 복귀한 손 대리는 “현재 광양제철소에 근무하는 동기 중에서 여섯 명이 육아휴직을 떠나 있을 정도로, 조직 내부적으로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감사하게 다녀오는 분위기”라면서 “아이를 낳는 것도, 키우는 것도 회사 동료들이 많이 배려를 해주는 환경이라 넷이나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손 대리가 속한 업무 파트의 근로자 숫자는 총 다섯 명이다. 손 대리가 육아휴직을 가기 위해서는 같은 파트 안에 있는 다른 근무자 네 명이 업무를 분담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임 계장을 포함한 손 대리의 동료들은 후배의 업무를 흔쾌히 분담했다. 

손 대리는 “솔직히 육아휴직을 망설일 때, 제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 가장 걱정됐다”면서 “하지만 ‘내 업무가 늘어나도 좋으니 육아휴직을 가라’는 선배와 이를 기꺼이 허락해 주신 파트장님이 계셔서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영주(오른쪽) 포스코 광양제철소 대리와 동료인 임해욱 계장이 지난달 27일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손 대리가 지난 1년간 경험한 육아휴직은 익숙했던 회사 생활보다 훨씬 힘든 일상의 연속이었다. 오전 일찍 일어나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이어 셋째의 유치원 등원을 마친 후 빨래와 설거지를 도맡아야 했다.

손 대리는 “아이가 네 명이라 빨래도 하루에 세 번, 식사도 여러 번 준비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많았다. 차라리 회사에 다니는 게 편할 정도로 힘들어서, 아내가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밝게 웃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대신 부부 사이, 아이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다. 그는 “육아와 관련 다양한 얘기에 대해 아내와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 등 다양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면서 “1년 간의 육아휴직를 끝낸 이후에는 아내, 아이와 더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1분기 기준 가임여성 1명당 합계출산율은 0.76명에 불과하다. 출산과 육아를 꺼리는 젊은 세대가 점차 늘어가는 상황에서, 직장 내 아이를 키우는 분위기 조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일손 하나하나가 품귀한 현장직 직군에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이런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포스코그룹은 기업시민의 정신 아래 ‘가족출산친화 문화’ 조성에 적극 힘쓰며 사내에서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직원 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포스코는 육아휴직 기간을 법정기준보다 1년 더 부여해 자녀당 2년으로 운영하고 있고, 승진 시 육아휴직 기간은 모두 근속연수로 인정해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있다. 또 복귀 시에도 본인의 희망부서와 경력을 우선 고려해 배치한다.

이에 2019년 33명이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023년에는 115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육아 목적으로 유연근무를 사용한 남성 직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내 유연근무 사용 남성 직원은 2019년 416명에서 2023년에는 721명으로 늘었다. 난임휴가를 사용한 직원의 숫자도 연 80여명, 전체 육아휴직자 숫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직원이 마음 편히 출산·육아 관련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결과다.

손 대리에게 육아휴직을 권유한 임 계장은 “일반 직원도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걱정이 커 일이 힘든데, 집에 아이가 넷씩이나 있다고 하면 무슨 일이 손에 잡히겠느냐”면서 “손 대리 가정의 행복뿐만 아니라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도 직장 근로자의 육아휴직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 포스코에서 시작된 격주 4일 근무제도 역시 직원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손 대리는 “쉬는 금요일에는 아내가 조금이나마 쉴 수 있도록 청소와 설거지 등 집안일을 더욱 열심히 한다”면서 “육아와 살림은 가족이 다 같이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격주 4일 근무제가) 도움이 된다”고 미소지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의 육아 지원이 여전히 부족한 점은 손 대리 부부에게 아쉬운 대목이다. 손 대리는 “아이가 넷이라고 하면 주위에서는 ‘부자 됐겠다’는 반응이 많은데, 실제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은 수십~백여만원 정도가 대부분”이라면서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과 함께 제도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다둥이 가족’이 더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우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광양=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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