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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언 “두 전환점에 만나 시너지…기대감 120%” [인터뷰]
라이프| 2024-06-27 15:31
양방언 [엔돌프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신명나는 장구와 꽹과리 위로 태평소가 출발을 알리는 신호음을 내면, 피아노가 뒤따라 역동적인 시작을 응원한다. 유튜브에선 이른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곡’으로 회자되는 양방언의 ‘프론티어!(Frontier!)’. 2001년 세상에 처음 나온 이 곡은 이듬해 열린 부산아시아게임의 공식 주제가로 채택되며 무수히 울려 퍼졌다. 1996년 일본에서 데뷔한 ‘재일 한국인 2세’ 양방언에게 ‘프론티어!’는 그의 음악 인생 전환점을 알리는 곡이다.

“1999년 모국인 한국에 들어와 음악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 전에 일본, 런던, 중화권에서 활동을 해왔지만 조국에 들어와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겐 큰 전환점이었어요.”

양방언의 음악 세계를 새롭게 직조한 ‘프론티어!’가 또 한 번의 ‘새 출발’을 알린다. 경기아트센터의 재단법인 출범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산하 단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20년의 울림:미래를 향해‘(6월 28일, 경기아트센터)를 통해서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을 앞두고 만난 양방언은 “나의 전환점에 쓴 곡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전환점에 함께 하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프론티어!’를 작업할 즈음 양방언은 ‘우리 음악’의 고유한 특성과 매력을 깊이 탐구했다. 그는 “사물놀이를 보며 큰 충격을 받았고, ‘이게 바로 우리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해외에선 볼 수 없는 한국 음악의 훌륭한 요소들을 내 음악 안에 녹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음악의 원류를 실험하며 영국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이징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 악단과 작업해온 그에게 한국 전통 음악은 충격처럼 다가왔다.

양방언 [엔돌프뮤직 제공]

같은 해 발매한 세 번째 앨범(‘Only Heaven Knows’) 수록곡 ‘제주의 왕자(Prince of Cheju)’는 원일 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처음으로 함께 작업한 곡이다. 양방언의 뿌리를 담은 이 곡은 제주항공 기내음악으로 쓰여 더 많이 알려지게 됐다. 당시의 만남을 계기로 원일, 한승석, 정재일등으로 구성된 전통 창작음악 그룹 푸리와 함께 활동한 그는 한국 음악에 더 깊이 다가서게 됐다. 장장 2년의 탐구와 숙련의 시간을 거쳐 만든 앨범이 바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으로 꼽힌 ‘파노라마(Pan-O-Rama)’다. ‘프론티어!’가 실린 음반이다.

“이전엔 기존에 해오던 음악을 태평소로 풀면 어떻게 될지, 장구를 더하면 어떨지 고민하며 확장한 차원이었다면 ‘프론티어!’는 악기, 박자의 정교함을 생각하고 이렇게 연주를 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작업이었어요. ‘새로운 것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닌 우리의 이런 시도가 새로웠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지은 제목이었죠.”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에서 757만9000회나 재생된 ‘프론티어!’는 이번 공연에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다. 악단의 부지휘자인 장태평이 편곡을 맡았다.

“‘몇 주년’이라고 말하는 시기를 맞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도 해요. 그 순간을 계기로 다음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니까요. (경기아트센터와 경기시나위의) 20주년이 하나의 단계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중요한 테마에 염두해 팡파레처럼 만들면 어떨까 제안했어요.”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양방언의 음악세계를 고스란히 반영한 ‘프론티어!’는 이미 수없이 많은 편곡으로 무수히 많은 자리에서 연주됐다. 서양 오케스트라 버전, 실내악 구성의 소편성 버전, 네오 프론티어 버전 등 다양하나 이번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만의 국악관현악 버전으로 밝고 역동적인 원곡의 분위기를 살린다.

양방언은 “100% 다른 옷은 아니지만, 중요한 포인트를 살려 20주년의 상징성을 보여주면서도 곡의 정체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편곡이 이뤄졌다”며 “새로운 세대, 새로운 음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테마의 곡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양방언 [엔돌프뮤직 제공]

공연에선 ‘프론티어!’와 함께 양방언이 출연하고, 그가 음악감독을 맡았던 KBS 다큐멘터리 ‘디아스포라의 노래 : 아리랑 로드’(2019)에 나온 일부 악장도 들려준다. 기존 심포니의 마지막 악장에 들어간 노래 ‘로스트 아리랑’도 함께 엮었다.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한 고려인들의 아픔과 한이 서린 ‘아리랑’ 노랫말에 양방언이 선율을 붙인 곡이다. 두 개의 아리랑(‘연어 아리랑’, ‘빠뜨라끄아리랑이’)이 이어진 곡이다.

그는 “‘로스트 아리랑’은 고향은 그리운데 먹고 살기 위한 농사는 쉴 수 없고, 무겁고 비극적인 현실을 마주하며 부른 노래라고 봤다”며 “전문 가수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부를 때 더 생생히 와닿을 거라 생각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1999년 한국 국적 취득 후 세계 무대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양방언은 오케스트라는 물론 영화, 게임, 다큐멘터리 등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크로스오버 음악의 거장’이다. 2013년 대통령 취임식 축하공연에서 연주된 ‘아리랑 판타지’를 작곡했고, 2013∼2015년 여우락페스티벌 예술감독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 감독을 맡았다. 기념비적 국가 이벤트와 대형 행사가 가장 먼저 찾는 0순위 음악가이기도 하다.

그는 “국가행사는 물론 애니메이션, 게임 등 특정한 목적을 위한 음악과 내가 하고 싶고 나를 위한 솔로 음악, 이 두 가지를 넘나들며 나의 음악이 성장해왔다”며 “두 세계를 오가며 나만의 고유한 음악이 만들어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흡수하는 상호작용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새롭게 편곡된 버전으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에 대해 양방언은 “새로운 시도”라고 했다.

“그 나라의 전통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이처럼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하는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국악관현악의 활동을 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다이내믹하다고 느껴요. 이토록 열정적인 활동과 시도가 분명히 빛을 발할 거라고 봐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의 첫 만남은 기대감 120%예요. (웃음)”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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