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 첫날 공모가比 9.5% 상승 마감 ‘쾌조의 스타트’
MAU·MPU 등 정체…콘텐츠 다양화·IP 활용 극대화 등 성장성 증명 要
“‘더블 카운팅’ 이슈로 母회사 네이버 주가 부정적”
[로이터,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대신 미국 나스닥으로 눈을 돌린 네이버웹툰이 높은 몸값을 인정받으면서 성공적인 축포를 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웹툰 등 관련 산업의 성장 둔화세가 뚜렷한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투심을 사로잡으면서 주가 상승세로 연결할 수 있을 지 여부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올 들어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모(母)회사 네이버의 주가도 네이버웹툰의 성공적 상장을 계기로 반등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지도 관심사고요.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선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북미 소재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27일(현지시간)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9.5% 높은 23.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개장 초반엔 14%까지 상승폭을 높이기도 했죠.
시장에선 네이버웹툰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공모가격이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희망범위(주당 18~21달러) 최상단인 21달러로 결정됐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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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엔터테인먼트는 IPO로 보통주 1500만주를 발행, 3억1500만달러(약 4367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첫 거래일 종가인 주당 23달러를 적용한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29억2달러(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죠.
증권가는 웹툰엔터테인먼트에 적용된 밸류에이션엔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웹툰 공모가가 주가매출비율(PSR) 2.1배로 비교 대상인 일본 최대 만화 플랫폼 ‘메챠코믹’의 3.1배 대비 우수한 시장 포지셔닝을 갖고 있다”고 짚었고,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구조가 90% 이상 동일한 중국 웨원그룹의 작년 기준 PSR은 3.8배, 올해 기준 PSR도 3.3배”라고 설명했어요.
상장 과정이 완료되면서 웹툰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네이버의 지분율은 63.4%로 기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 이사 선임 권한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다른 주주인 LY코퍼레이션(라인야후)의 지분율도 24.7%에 이르는데요. 웹툰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지배구조는 지난 2020년 한국 네이버웹툰과 일본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간의 지분 구조조정을 거쳐 현재의 형태로 굳어진 바 있죠.
IPO 과정에선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지만, 향후 네이버웹툰 경영 과정 등에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일명 '라인야후 사태'가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단 의견도 나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라인야후의 경영권의 무게추가 일본 측으로 완전히 넘어갈 경우 웹툰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일본 측 자본의 영향력 역시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습니다.
일본 공영 NHK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라인야후와 네이버 간의 분리 작업엔 속도가 붙는 모양새인데요.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네트워크 분리 계획을 당초 예정된 2026년 12월이 아니라 3월까지로 앞당길 방침이기 때문이죠.
이런 작업을 하게된 이유는 일본 총무성이 지난 3∼4월 라인야후에 사이버 보안 강화를 요구하는 두 차례 행정지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행정지도에는 라인야후의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가 포함돼 일본이 라인야후 모기업인 네이버에서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고요.
“편하지 않았던 민낯.”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네이버웹툰 IPO 증권신고서 제출고 공개된 실적과 이용자 1명당 월평균 결제액(ARPPU) 등 다양한 사용자 지표를 통해 봤을 때 향후 성장성에 의문 부호가 달린다는 점을 표현한 한 문장입니다.
네이버웹툰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 2022년 1분기 1억6700만명에서 올해 1분기 1억6900만명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고, 같은 기간 월간 유료 이용자수(MPU)도 760만명에서 780만명으로 정체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호윤 연구원은 “ARPPU가 그나마 7.8달러에서 11.5달러로 상승했지만, 작년 1분기 이후 1년 가까이 정체된 모습”이라고 지적했죠.
증권가에선 성공적인 상장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수익원을 마련, 투자자들에게 증명하는 것이 급선무란 지적을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3가지 성장성 증명을 위한 과제론 ▷콘텐츠 다양성 확대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간 딜레마 해소 ▷지적재산권(IP) 활용 극대화가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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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연구원은 “지난 2년간 네이버는 전사적으로 비용 효율화를 강조해왔고, 이로 인한 보수적인 마케팅 전략의 결과 미국과 유럽 등에서 네이버웹툰 MAU는 2022년 1분기 1억3600만명에서 올해 1분기 1억2300만명으로 감소했다”면서 “장기 성장 과제로 삼은 미국 웹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상장 후 전략 변화에 투자자들이 주목 중”이라고 꼬집었죠. 이어 “IP 관련 매출이 2022년 1070억원에서 2023년 1410억원으로 외형적으론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의 10% 이하”라며 “드래곤볼, 원피스, 슬램덩크 등 일본을 대표하는 IP를 보유한 토에이가 전체 매출의 47.5%를 IP로부터 커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고요.
상장을 통해 모인 자금으로 AI 기술 투자를 대폭 확대, 서비스에 성공적으로 접목할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
투자자들이 상장 당시 강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성장성 한계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은 쿠팡의 주가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쿠팡은 지난 2021년 3월 11일(현지시간) 공모가 35달러,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81.4% 오른 63.5달러로 나스닥 시작에 출격했는데요. 하지만, 26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쿠팡의 주가는 21.09달러로 공모가 대비 39.74%, 시초가 대비 66.79% 하락한 상황이죠.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창업자 겸 대표이사는 27일(현지시간) 상장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주니어 때 아시아의 디즈니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계획 기간이 36년이었다”며 “이제 20년이 지났으니 목표까지 절반 조금 넘게 지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어 “아시아의 디즈니를 목표로 세웠던 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며 디즈니처럼 훌륭한 작품들을 글로벌로 배급할 수 있는 배급망과 지식재산(IP)을 갖춤과 동시에 디즈니처럼 100년 넘게 가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죠.
네이버웹툰의 미국 상장이 중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모회사 네이버 주가엔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데요.
김아람 연구원은 “네이버의 사업별 가치합산 평가(SOTP) 밸류에이션에서 웹툰 지분가치를 4조6000억원으로 산정했다”면서 “IPO로 인한 지분 희석과 ‘더블 카운팅’ 할인에 따라 보수적 지분가치를 1조9600억원으로 제시하며, 네이버 주가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고 짚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신한투자증권은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8만원으로 10% 낮춰 제시하기도 했고요. 최근 3개월 간 증권가에서 제시했던 목표주가 중 최저치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3개월간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네이버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7만1333원이죠.
김아람 연구원은 “웹둔 시장의 저성장세가 얼마나 길어질 지 여부에 더해 신규 사업자 진입에 따른 경쟁 환경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면서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 가치 하향 조정과 실적 추정치 변경에 따라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네이버의 주가 급락세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전날 종가까지 올해 네이버 주가 하락률은 25.49%(22만4000→16만6900원)에 이릅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 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IPO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한 이후에도 네이버 주가는 1.94% 떨어지며 하락세를 멈추지 못했고요.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상장 이후 단기간에 콘텐츠 매출 성장률 반등을 성공시키기는 어려워 보이며, 라인 야후 불확실성과 중국 커머스 위협은 여전한 만큼 네이버웹툰 상장 이벤트가 네이버 실적이나 주가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확보 현금을 통한 인수·합병(M&A)으로 네이버가 갖고 있는 방대한 IP를 영상화할 수 있는 밸류체인 구축할 수 있다면 다시 리레이팅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선 네이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도 있는데요.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웹툰 상장으로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라며 “내수 경기 부진과 LY 지분매각 가능성 등으로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가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상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책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평가도 증권가에선 나옵니다. ‘몸값’을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렵단 분석을 토대로 대규모 해외 자본 조달로 기업가치의 극대화에 한계성을 지닌 국내 증시 대신 미국 증시를 IPO 무대로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에 이어 야놀자, 셀트리온 지주사 등 조(兆) 단위 ‘대어’들이 계속해 나스닥 IPO를 추진한다면 국내 증시의 매력도가 그만큼 낮은 것이 아니냔 시그널을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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