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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리딩업체와 ‘민원 넣으면 위약벌’ 조건으로 환불…대법 “유효”
뉴스종합| 2024-07-01 06:49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주식리딩업체와 ‘향후 민원을 넣으면 위약벌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환불 합의서를 작성한 경우 해당 합의는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록 업체가 투자자문업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합의 계약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할 순 없다는 취지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주식리딩업체가 회원 A씨를 상대로 “위약벌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2심은 업체 측 패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은 업체 측 승소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주식리딩업체와 A씨는 2021년 12월, 가입비 1500만원 조건으로 ‘증권정보제공 VVIP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6개월간 주식정보를 제공하고, 만약 6개월 뒤 수익률 200%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전액을 환불하기로 했다. 그런데 A씨가 3개월 만에 계약 해지를 요청하면서 양측은 환불 합의서를 작성했다.

환불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업체는 남은 서비스 일수에 따라 A씨에게 530만원을 환불하기로 했다. 대신 향후 A씨는 업체를 상대로 일체의 민원, 소송, 이의 등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A씨가 이를 어길 경우 환불 금액의 2배를 위약벌로 업체에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양측은 합의에 성공했다.

그런데 A씨가 합의 조건을 어기면서 갈등이 생겼다. A씨는 합의 직후 신용카드 회사에 나머지 환불금 970여만원에 대한 결제 취소를 요구하는 민원을 넣었다. 결국 가입비 전액을 환불받자, 업체는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합의 조건을 어겼으니 위약벌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합의 자체가 무효”라며 반박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해당 업체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문업자가 아닌 유사 투자자문업자”라며 “투자자문업자가 아님에도 1:1 투자자문행위를 했으니 계약과 합의가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 결과, 1심과 2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민사21단독 정진원 판사는 지난해 6월, “해당 약정은 무효”라며 업체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3민사부(부장 이상주)도 지난 1월, 1심과 판단을 같이 했다.

2심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상 미등록 업체의 투자자문계약은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후 양측이 맺은 합의서 또는 해당 계약의 효력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투자자문업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가 A씨에게 투자자문업을 영위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더라도, 미등록 영업행위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무효라고 할 순 없다”고 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체결한 계약 자체가 사법상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 그 약정의 사법적 효력을 부인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4번째 재판에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가 업체 측에 위약벌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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