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빚더미’ 앉은 소상공인…지역신보가 ‘대신 갚아준 돈’ 1조원 넘었다
뉴스종합| 2024-07-01 10:07
서울 시내 한 폐업 상점에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올해 들어 소상공인이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이하 지역신보)가 대신 내준 은행 빚이 1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당시 대출을 받아 영업을 유지했지만, 이후 경제상황 악화로 빚이 밀린 소상공인이 크게 늘면서 폐업도 증가하고 있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월 지역신보 대위변제액은 1조2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1% 뛰었다.

대위변제는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준 지역신보가 소상공인 대출을 대신 갚아준 것이다.

대위변제액은 2021년 4303억원에서 2022년 5076억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해 1조7126억원으로 급증했다.

대위변제액은 올해 들어서도 70% 넘게 급증했다.

올해 대위변제액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2307억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1958억원)과 부산(841억원), 경남(782억원), 인천(620억원), 경북(599억원), 대구(545억원) 등 순이다.

대위변제 규모가 대폭 커진 것은 경영 위기에 놓인 소상공인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 시기 경영 악화로 대출을 늘렸고 시간이 지나며 상환 시기가 도래했지만, 아직 은행 빚을 갚을 여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신용데이터의 ‘1분기 소상공인 경영지표’를 보면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4317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7% 줄었고 영업이익은 915만원으로 23.2% 감소했다.

소비 부진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회복되지 못했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와 전기요금, 인건비, 임대료 인상 등으로 손에 쥐는 금액이 거의 없는 것이다. 이에 소상공인은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

또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커머스들로 인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소상공인을 잠 못 이루게 하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복합 요인 때문에 한계 상황에 몰려 문을 닫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지난 1∼5월 ‘폐업’ 사유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657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8.3% 증가했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공제 제도로 소상공인에게는 퇴직금 성격의 자금이어서 가급적 깨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2020년 7300억원에서 2021년 9000억원, 2022년 9700억원에 이어 지난해(1조2600억원) 처음 1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상공인 경영 애로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7월 전망 경기지수(BSI)는 57.9로 전달보다 9.5포인트 내렸다. 전통시장 7월 전망 BSI도 47.6으로 15.4포인트 하락했다.

이로써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전망 BSI는 5월부터 석 달 연속 하락 중이다.

해당 수치는 지난달 18∼22일 소상공인 2400개, 전통시장 1300개 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로 수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악화했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소상공인의 6월 체감 BSI는 57.3으로 전달보다 7.1포인트 내렸고 전통시장은 46.3으로 11.2포인트 하락했다.

양부남 의원은 “고물가·고금리에다 내수 부진까지 지속되며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연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관행적인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를 진작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