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미국의 금리 인하가 추세적으로 어려운 이유 [조원경의 경제·산업 답사기]
뉴스종합| 2024-07-01 11:02

주요국 금리 인하 속 연준 금리 동결: 달러 가치 상승

연준은 지난달 11∼1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여전히 한국(3.50%)보다는 2.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7차례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당초 3차례였던 연내 정책금리 인하 전망을 1차례로 줄였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이날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점도표에서는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5.10%로 제시됐다. 지난 3월회의 당시의 4.60%보다 0.5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위원 19명 가운데 4명은 아예 올해 인하가 없을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시장이 기대하는 연준 피벗 시점도 당초 9월에서 연말에 가까운 11월 또는 12월로 늦춰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9월 금리인하 기대감을 유지하면서 두 차례 인하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6월 20일 스위스중앙은행(SNB)이 2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SNB는 지난 3월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완화 사이클을 시작했다. SNB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분기에 비해 재차 줄었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6일(현지시간) 4.25%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2022년 7월 첫 금리 인상을 결정한 이후 2년여만의 결정이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두고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4월 2.4%에서 5월 2.6%로 오름세로 돌아섰기에 ECB가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당분간 꺼릴 수 있다고 보았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 한 번 더 금리를 내릴 전망이란 기대도 있다.

캐나다은행도 지난달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5.00%에서 4.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결정 후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추가적이고 지속되는 증거가 나오면서 더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반면 영란은행(BoE)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성명에서 “최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회복된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금리를 인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금리를 5.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준보다 다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금리인하를 먼저 하자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가 급등했다. 덩달아 우리 환율도 올랐다. 도대체 미국은 금리를 내리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미국 소비자들은 주택 임대료의 경우 1년 뒤에 지금보다 9.7%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작년 예상치 8.2%보다 높은 수준이다. 캘리포니아 리치몬드의 한 주택 앞에 ‘임대 중’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높은 미국 주거비 비중에서 주택 가격과 임대료 고공 행진

주거비 상승이 견조한 위험은 미국 금리인하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이라는 이야기가 제기된다.

지난달 20일 5월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2020년 6월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금리가 부동산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주된 평가다. 향후 착공을 예측할 수 있는 건축 허가 건수도 3.8% 감소한 139만 건으로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다. 건설업체들은 금리가 떨어질 때까지 바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견해다. 미국 주택 구입자들은 7%에 달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로 인해 집을 사려 하지 않으며, 현재 3~4% 정도의 고정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사람은 갈아탈 이유가 전혀 없다. 2022년 하반기 이후 미국 주택 가격과 거래량은 모두 위축됐다. 높은 주택가격과 모기지 금리, 주택재고 부족의 영향으로 가계의 주택구입 부담이 크게 높아지면서 주택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주거비 비중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물가가 쉽사리 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5월 미국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411만건(계절조정 연이율 환산 기준)으로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이 가운데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이유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자가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귀속임대료를 자가주거비용(Owner‘s Equivalent Rent: OER)이라고 하며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2%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에서 월세 임대료와 자가주거비용이 주택서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25%, 75% 정도다.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는 자가주거비가 물가상승률에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미국·일본·스위스·영국 등은 자가 주택 임대 시 획득 가능한 임대료 수익을 자가거주비로 추정하는 ‘임대료 상당액 접근법’을 통해 물가지표에 반영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지난달 20일 5월 미국의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2020년 6월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미국 캘리포니아주 메니피에서 건설 중인 단독 주택. [로이터]

스웨덴·캐나다 등은 주택 소유에 수반되는 제반 비용을 측정하는 ‘사용자비용 접근법’을 활용 중이다. 주거비는 매달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가계가 임대료를 갱신할 시점에 가격이 변한다. 나아가 CPI의 주거비는 6개월마다 해당 시점에 주거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갱신되지 않은 임대료와 갱신된 임대료가 혼재해 실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더 비탄력적이라는 점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다른 국가처럼 조정되면 기준금리를 유로존처럼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은 미국 주택 시장은 지속적인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올해 주택 가격이 5% 상승(5월 9일- 5월 30일까지 설문조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전 예측을 뛰어넘는 수치이다. 3개월 전 예상했던 3.3% 상승에서 수정된 수치이며 올해 예상 소비자 물가 상승률인 3.2%를 상회하는 수치이다. 지난해 평균 주택 가격은 6% 가까이 상승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서 소비자 기대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1년 후 주택가격이 5.1%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발표했다. 5년 후 집값 상승률 예상치는 2.7%로 전년 예상치 2.8%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임대료의 경우 1년 뒤에 지금보다 9.7% 오를 것으로 봤다. 이는 작년 예상치 8.2%보다 높은 수준이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5년 후 임대료 예상 상승률은 5.1%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제자리걸음 수준일 것으로 봤다.

뉴욕시에서 음식 플랫폼으로 일하는 배달라이더는 시간당 19.56달러 이상을 받도록 최저보수가 책정됐다.내년 4월부터 시간당 19.96달러까지 최저 시급이 오른다. 사진은 뉴욕주 우버이츠 배달라이더들

높은 임금 수준도 금리 인하를 제약

올해 초 월가에서는 연준이 통화정책의 핵심에 ‘임금 상승률’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높은 임금이 과열된 노동시장과 맞물려 서비스 물가 압력을 한층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앞으로 고용보고서가 물가보고서보다 주목받게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임금상승률을 두고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안내할 ‘새로운 북극성(New North Star)’을 갖게 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코로나 팬데믹 초반 인플레이션은 상품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후 서비스에서도 임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 서비스 임금 추이가 미국 금리 인하 방향을 쥐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부각됐다. 미국의 5월 비농업고용은 전월 대비 33만9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3.7%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복합적인 고용지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의 과열이 지속되면서 통화정책 긴축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다. 실업률 상승에도 노동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저임금만 보더라도 임금둔화는 만만치 않다. 뉴욕시는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발의한 ‘레이즈 업 뉴욕’이라는 법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2026년까지 시간당 최소 21.25달러까지 인상한 뒤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매년 자동으로 최저임금을 조정해야 한다. 나아가 뉴욕에서는 특정한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보수가 보장된다. 뉴욕주의 근로자 최저임금은 시간당 15달러다. 그런데 뉴욕시에서 음식 플랫폼으로 일하는 배달라이더는 시간당 19.56달러 이상을 받도록 최저보수가 책정됐다. 내년 4월부터 시간당 19.96달러까지 최저 시급이 오른다. 플랫폼 노동자인데 최저보수의 개념을 적용해 보호하고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금액을 받는 이유는 뭘까? 근로자로 인정되지 못해 의료보험 같은 사회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을 감안해 보상책을 제시한 것이다. 기름값을 비롯해 오토바이 수리비처럼 배달라이더가 자체 부담할 비용까지 감안해 계산했다. 다만 1분기 GDP 성장률은 4분기에 비해 둔화됐다. 이전 1.6%에서 1.3%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는 재정 지원의 효과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됐다. 다만 2분기 성장률을 두고 엇갈리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 모델은 지난 5월 2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 4.2%로 제시했다. 이는 미국 경제가 매우 견조한 추세라는 것을 말해준다. 뚜껑은 열어 보아야 알 것이다.

주식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재정 정책이 여전히 경제를 지지하는 상황도 미국이 금리 인하를 여러 번 단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 징후를 보이지 않는 한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추세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고 우리 경제도 고금리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대응을 해야 할 것 같다.

bonsa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