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5대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넘었다
뉴스종합| 2024-07-01 11:24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이달에만 4조원 넘게 불어나며, 올해 목표했던 증가율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금리가 최저 2%대까지 내려간 데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관리 방안으로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도입도 연기돼 가계대출 증가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2.18%↑...목표치 ‘2%’ 웃돌아=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5319억원으로 전달 말(703조2308억원)과 비교해 4조3011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수요가 줄어들지 않은 영향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4조1591억원 불어나, 가계대출 증가폭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애초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은 올해 들어 감소세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은 지난 1월 2조9049억원에서 2월 477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3월에는 2조2238억원가량의 자금이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4월 들어 다시금 4조4346억원이 불어났고 5월과 6월에도 각각 4~5조원가량 늘어나며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올해 초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내놓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금융은 지난 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은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폭을 10조3861억원에서 13조8481억원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전년 말과 비교해 15조1225억원(2.18%) 불어나면서 올해 처음으로 관리 목표치를 넘어섰다. 은행별로는 5곳 은행 중 1곳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모두 관리 목표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잔액 상승 속도가 빨라진 것은 디딤돌 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0월 디딤돌·버팀목 대출의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완화한 데 이어, 최저 1%대 금리가 적용되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내놨다. 실제 올해 1월부터 은행에서 공급된 디딤돌·버팀목 대출 규모는 총 14조2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늘어난 주담대(17조5200억원)의 80%에 육박한다.

▶“가계대출 더 불어나나”=문제는 이같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애초 올 7월부터 가계대출 관리 방안의 일환으로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돌연 시행일을 9월 1일로 두 달 미뤘다. 서민·자영업자의 부담 해소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한 조치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여기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기준금리 인상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주담대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지난달 들어 돌연 0.3%포인트가량 하락한 영향이다. 5대 은행의 고정형·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2.94~5.75%로 집계됐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2%대까지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 이후 약 3년 3개월 만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지금과 같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꺾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7월과 8월의 경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대출을 실행하는 수요가 몰리는 시기”라며 “대출금리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스트레스 DSR 도입이 연장되며, 이를 기회 삼아 주택 구입 일정을 서두르려는 수요까지 늘어난다면 지금보다 더 빠르게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자체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대출금리 조정 등 움직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7·8월에 예상치를 뛰어넘는 주담대 수요가 몰릴 경우, 대출금리 인상으로 개별 은행의 수요를 조정하는 방안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