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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체질 변화’…건설·렌탈·인프라 매출 비중 ‘쑥’
뉴스종합| 2024-07-01 13:48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롯데그룹이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업 호조에 신사업까지 성장하면서 렌탈·인프라 사업군의 매출 비중이 유통군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화학 사업군도 유통군의 매출을 3년 연속 앞섰다.

1일 롯데지주가 발간한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그룹의 전체 매출은 78조7000억원 규모였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화학으로 30.5%(24조원)에 달했다. 유통군은 26.8%(21조1000억원)로 3년 연속 화학군에 밀렸다. 유통군의 매출 비중은 2017년 41% 이후 하락하다 2021년 화학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특히 바이오와 메타버스 등 신사업 계열사가 있는 건설·렌탈·인프라군의 실적이 약진했다. 지난해 해당 사업군의 매출 비중은 24.3%(19조1000억원)로, 유통군과 불과 2.5%P(포인트) 차이였다. 건설·렌탈·인프라군의 매출 비중은 2021년 18.7%, 2022년 21.8% 등 성장세가 뚜렷했다. 같은 기간 유통군과 매출 격차도 9%P, 3.7%P로 계속 좁혀졌다. 올해 유통군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작년 건설 부문에서 주택 착공이 늘고,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매출이 발생하면서 실적 규모가 커졌다”며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신사업 역시 성장을 거듭하며 전체적인 사업군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사업별 비중 재편은 고강도 체질 개선의 결과다. 롯데그룹은 기존 유통업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화학군을 비롯해 신사업 비중을 키우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 마련된 신사업 전시관에서 주주가 체험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특히 롯데그룹은 미래 신사업으로 바이오앤웰니스(Bio&Wellness)·모빌리티·지속가능성·뉴라이프 플랫폼 등 네 가지 테마를 정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22년 롯데는 향후 5년간 37조원 규모의 국내 사업 투자 중 41%를 신사업과 건설·렌탈·인프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 건설·렌탈·인프라군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이노베이트, 롯데렌탈, 롯데벤처스 등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계열사가 대거 포함돼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 초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바이오테크놀로지, 메타버스, 수소에너지, 이차전지 등 장래 성장할 것 같은 사업으로의 교체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아들 신유열 전무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동시에 맡으며 미래 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앤웰니스 사업을 이끄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말 BMS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지난해 2286억원의 매출과 567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신유열(오른쪽)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방문해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

모빌리티 분야와 뉴라이프 플랫폼 사업을 이끄는 것은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다. 자회사 이브이시스는 국내에 4000기 이상의 충전기를 운영 중이다. 올해 말까지 7500기의 충전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미래형 대용량 모빌리티를 위한 충전기도 개발 중이다. 자회사 칼리버스는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연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칼리버스는 쇼핑,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등을 사실적으로 구현한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화학군은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배터리 소재와 수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양극박과 동박, 전해액 유기용매·분리막 소재 등 이차전지 핵심소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소재 해외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120만t(톤) 규모의 청정수소 생산과 유통을 통해 연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청정수소·전지사업 등 그린사업 분야에서 2030년까지 매출 1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국내 유통환경도 급변하면서 롯데그룹이 다양한 미래 신사업에 투자를 늘리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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