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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구분적용 또 ‘무산’…‘140원’ 놓고 노사갈등 예고
뉴스종합| 2024-07-03 11:21

내년에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업종과 무관하게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음식점업·편의점업·택시운송업 등 취약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차등)적용이 무산되면서 향후 단일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표결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향후 회의 진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전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두고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참여했다. 표결 결과 반대 15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도 모든 업종에 대해 동일한 금액을 적용하게 됐다.

이로써 지난 1989년부터 이어진 ‘단일 최저임금 체제’는 내년까지 37년간 이어지게 됐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제1항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1999년 적용 여부의 구분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가 첫 시행된 지난 1988년을 제외하곤, 1989년 이후 적용된 바 없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최저임금이 획일적으로 52.5% 급등한 탓에 최저임금을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9.5%다. 전년보다 0.8%포인트 늘었다. 폐업자 수도 91만1000명에 달한다. 소상공인들은 전날 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구분적용 시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올해 경영계는 취약 업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한식·외국식·기타 간이 음식점업과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에 대해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최저임금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차별’이며,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을 찍고 구인난을 더 심화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근로자 측과 사용자 측 의견이 끝까지 엇갈리면서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표결을 선언했지만, 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은 의사봉을 빼앗고 투표용지를 찢는 등 과격하게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사용자위원들은 근로자위원들의 이런 강압적 행사가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회의는 한동안 정회되기도 했다.

회의 후 사용자위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이런 민주노총 위원들의 강압적 행사가 업종별 구분적용이 부결된 오늘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금할 수 없다”며 “이렇게 회의 진행과 절차의 원칙이 무너진 상황속에서 향후 회의에 참여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는 4일 예정된 8차 전원회의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위원장이 일부 근로자위원의 투표 방해행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향후 이러한 행동이 재발할 경우에는 발언 제한, 퇴장 명령 등을 포함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임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런 혼란이 발생하면서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위는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인상률이 가장 낮았던 2021년(1.5%)보다 더 낮은 1.4%(140원)만 올라도 1만원이 넘는다. 다만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에 주 15시간 이상 일할 때 지급되는 ‘주휴수당’을 감안하면 실제 최저임금은 월 206만740원으로 서울시 지방직 9급 공무원 월급 181만5070원보다 많다.

한편, 최저임금위는 오는 4일 열리는 8차 회의에선 노사의 최초 요구안이 공개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1만2210원을 웃도는 금액을 제시할 전망이다. 구분 적용이 또 무산된 경영계는 동결(9860원)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법정 심의기한(6월 27일)을 이미 넘긴 만큼 서둘러야 한다. 현재 속도로는 최장 심의기한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더 늦을 가능성이 높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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