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LG전자, 가전 명가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
뉴스종합| 2024-07-03 11:33
조주완 LG전자 CEO가 고객경험 관점에서 재정립한 AI 의미와 기술의 차별점을 소개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고객이 지어준 ‘가전은 역시 LG’라는 명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LG전자는 가전 회사를 넘어 큰 계획을 갖고 있다.”(조주완 LG전자 CEO)

LG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홈 기업을 인수한 것은 플랫폼 경쟁력을 대폭 끌어 올려 AI홈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해 가전 강자의 입지를 한층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번 앳홈 인수가 플랫폼 사업 확장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자체 LG 씽큐 플랫폼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LG 씽큐가 축적한 스마트홈 기술에 앳홈의 개방형 생태계와 사물엔터넷(IoT) 기기 연결성을 더해 AI홈의 구현 범위를 집안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상업공간과 모빌리티 같은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LG전자는 2022년 고객이 원할 때마다 신기능을 업그레이드로 추가하는 ‘UP가전’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AI가전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가전 전용 AI칩과 가전OS를 갖추고 초개인화, 구독, 제휴 서비스 등을 결합한 ‘UP가전 2.0’으로 AI가전 시대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앳홈의 연결성과 자사 생성형 AI 기술을 더해 향후 AI홈 분야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유력 IT전문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스마트홈을 만들려면 ‘두뇌’인 스마트홈 허브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앳홈의 허브에 대해 “다양한 연결 방식을 지원하는 허브 중 가장 인상적인 제품”이자 “모든 기기를 하나의 세련된 장치에 연결하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LG전자는 또한 앳홈 인수로 타사 기기와 서비스까지 통합해 보다 많은 고객 사용 데이터를 확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홈에 연결된 수많은 기기로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정기현 LG전자 플랫폼사업센터 부사장은 “앳홈 인수는 AI홈 사업의 초석”이라며 “앳홈의 강점인 개방형 생태계와 연결성을 바탕으로 외부 연동 서비스를 확대하고, AI가전과의 시너지를 통해 고객에게 다양하고 입체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앳홈 인수 후에도 앳홈의 운영체계와 브랜드는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사업 및 연구개발 역량이나 플랫폼 관점에서 시너지를 높이면서도 앳홈의 성장동력과 고유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LG전자의 이번 앳홈 인수는 글로벌 가전 강자의 명성을 뛰어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직접 중장기 전략을 발표 때 플랫폼과 B2B 등 신성장동력 중심으로 인수합병(M&A) 계획을 밝히며 “LG전자는 가전 회사를 넘어 큰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힌 바 있다.

조 CEO는 당시 이와 관련 첫 번째 계획으로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앞서 LG전자는 2021년 독자 소프트웨어 플랫폼 웹OS(webOS)로 TV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며 하드웨어 중심이던 TV 사업을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장했다. 이를 위해 웹OS 콘텐츠·서비스 사업의 핵심인 LG애즈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 광고·데이터 분석업체 알폰소(Alphonso)도 인수한 바 있다.

LG전자는 플랫폼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웹OS를 채택한 기기 모수를 현재 2억대에서 2026년 3억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올해 웹OS 플랫폼으로 매출 1조원 달성을 겨냥하고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번 앳홈 인수 역시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웹OS와 더불어 LG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에도 이같은 전략 하에 추가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M&A) 등도 이어질 전망이다.

조 CEO는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두 개 정도 M&A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대상기업에 대해 언급할 순 없지만 B2B, 신사업 영역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M&A 방식은 조직을 모두 인수하거나 상당 부분 인수해 경영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며 “‘777’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어서 관심을 두고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CEO가 언급한 777 목표는 ▷B2B(성장주도) ▷Non-HW 사업모델(고수익 사업 구축) ▷신사업(기업가치 제고) 등을 중점 추진해 연평균성장률(CAGR)·영업이익률 7%, 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 7배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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