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사기, 강한 양형기준 적용해야”
뉴스종합| 2024-07-03 11:35

#. 대구 A병원의 간호조무사 B씨는 오피스텔에 의료기기 등을 구비해놓고 무면허 불법 미용시술(리프팅 등) 후 병원장⋅환자들과 공모해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화상 등 허위의 진단서 및 진료비 영수증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보험금(11억원)을 편취했다.

경찰 수사 결과 보험사기 혐의가 인정돼 주범인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병원장, 설계사 등 4명을 구속하고 환자 95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보험사기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할 것으로 예고한 가운데 오는 8월 구체적인 양형기준이 제시될 전망이다. 현재 조직적인 보험사기가 계속적으로 증가해 피해가 심각한 만큼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에 기존 사기 양형보다는 더 강한 양형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양형위원회는 지난 4월 29일 보험사기죄를 사기범죄 양형기준에 포함하기로 심의하고 오는 8월 형량 범위,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양형기준이란 형사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설정한 기준을 말한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는 일반 범죄보다 특수한 만큼 양형인자 등을 통해 보험사기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브로커⋅병원⋅환자가 공모 범죄하는 등 조직형 보험사기 범죄 발생 형태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정 취지를 고려할 때 유형을 세분화하거나 보험사기 범죄 특성에 적합한 양형인자를 마련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기죄는 직접적인 피해자인 보험사의 재산권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기로 인해 궁극적 피해를 입는 보험계약자 등 이해관계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

개인적 법익으로서의 재산권만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일반사기죄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보험사기죄의 특수성을 반영한 양형인자 설정의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사기범죄 양형기준은 ‘기망행위 정도가 약한 경우’를 양형의 감경요소로 정하고 보험계약에서 고지의무 위반을 그 예시로 설명하고 있다. 보험사기 범죄에 대입해 본다면, 고지의무 위반은 사기적 보험계약이다. 보험사기의 본질적인 요소이므로, 이를 감경요소로 참작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현행 사기범죄 양형기준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나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한 사기 범죄를 양형의 가중요소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기 범죄에서는 1건의 개별 보험사기 범행을 통해 보험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기 범죄자와 보험회사 간의 개별적⋅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하는 경우는 쉽게 상정하기 어려워 가중요소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보험사기죄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가중요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의로 사고를 발생케 하거나 허위로 사고를 가장한 경우에도 중대한 다른 범죄를 수반하는 악질적인 보험사기 범행이라는 점에서 독립적인 가중요소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직업적 전문성을 이용해 기망한 경우와 피해자의 직원인 경우 역시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 보험모집인, 손해사정사, 보험회사 직원 등 전문직종 또는 보험산업 관계자가 보험사기에 관여하는 경우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이 더 심각하다.

지난 1월 가결된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에서 ‘보험산업 관계자 가중처벌’ 부분이 삭제돼 구체적 재판 시 양형을 통해서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 독립적인 가중요소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국회 통과 당시에 법사위에서 다른 범죄와 처벌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당시 가중처벌 부분을 제외하고 통과가 됐다”라며 “이번 양형기준에서 보험사기 처벌이 강화될 경우 보험사기 특별방지법 입법 취지에 부합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능적이고 조직적 보험사기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는 2021년 보험사기 건수는 9만7329건에서 2023년 10만9522건으로, 금액은 2021년 9434억원에서 2023년 1조1164억원으로 1조원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보험사기죄 형량 비중도 1년 미만이 47%로 대부분 경미한 형량에 그치고 있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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