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韓 연구진 “코로나19 빠른 증식원인 찾았다”
뉴스종합| 2024-07-03 13:31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빠르게 대량증식하는 원리를 새롭게 찾았다.

한국화학연구원 김성준 박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로운 신속 증식 원인으로, 인체 세포의 에너지 발생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및 세포의 성장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EGFR의 변형된 역할 때문임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세계적인 감염병은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 2019년 코로나19 등 지속적으로 발생 중이다.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고려하여, 미래의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응 속도를 가속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있었다. 초기에는 인체 침투 원리와 백신 연구 등이 활발했다. 최근에는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인체 세포 내 칼슘 이온 농도를 높이거나 낮춰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방식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김성준 박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세포에 침입한 후,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구조와 기능을 신속하게 변화시켜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생성시킨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포 성장 신호’ 활성에 중요한 EGFR단백질의 변형을 유도하여 바이러스 대량 증식 유지를 위해 교묘하게 활용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 때문에 감염 시 바이러스가 대량 복제되어 주변에 전파될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러한 상황을 제어하기 위해 EGFR 표적 치료제를 적절히 활용하면 코로나19 치료에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된 ‘EGFR 표적 치료제’를 활용하여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EGFR의 성장 신호 활성을 제어하는 폐암 치료제 ‘다코미티닙’, 갑상선암 치료제 ‘반데타닙’ 등 12가지 FDA 승인 약물을 활용한 실험 결과에서, 모두 매우 효과적인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능이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인체 침투 복제 및 신속 대량증식 원리 모식도.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특히 반데타닙의 효과가 뛰어났다. 코로나19로 감염된 실험 쥐에게 반데타닙을 약물 최적 농도인 25mg/kg을 매일 입으로 투여시킨 후 3일 뒤 진행한 바이러스 RNA 분석 결과에서, 실험 쥐의 폐 세포에 남아있는 바이러스 RNA 수준이 약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됐다. 또한 6일 후 면역조직화학 염색법으로 폐 세포의 염증 상태를 관찰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폐 병변이 현저히 완화된 모습을 보였다.

알파, 베타, 델타, 오미크론 등 다양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반데타닙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분석한 실험 결과도 매우 우수했다. 다양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로 감염시킨 세포에 반데타닙을 처리한 후 바이러스 RNA 양을 분석했을 때 적게는 약 1천분의 1 수준, 많게는 약 10만분의 1수준까지 현저하게 감소된 결과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반데타닙은 새로 생성된 바이러스 자손의 감염도 분석에서도 매우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나타냈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원장은 “전염 속도가 빠른 신·변종 감염병의 빈번한 확산 및 일상적 유행(endemic)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신속 증식 원리 규명과 더불어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함으로써 앞으로 국민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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