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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發 전기차 훈풍 부나…2차전지 톱10, 7월에만 시총 12.2조 늘었다 [투자360]
뉴스종합| 2024-07-04 08:47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해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것과 정반대로 올 상반기엔 깊은 ‘바닥’을 확인했던 2차전지 섹터가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불과 3거래일 만에 2차전지 섹터 ‘톱(TOP) 10’ 종목의 시가총액 합산액이 12조원 넘게 늘어나면서다.

글로벌 전기차(EV) 대장주 테슬라의 주가가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는 것이 국내 대표 2차전지주에도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섹터 전체를 압박했던 전기차 ‘캐즘(Chasm,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 완화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향후 주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일 헤럴드경제는 3일 종가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2차전지 섹터 시총 상위 10개 종목(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LG화학,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SK이노베이션, 에코프로머티, SKC)에 대해 분석했다.

전날 종가까지 2차전지 시총 상위 10개 종목 시총 합산액은 241조7167억원이었다. 6월 마지막 거래일이던 지난달 28일 229조5283억원과 비교했을 때 불과 3거래일 만에 12조1884억원 늘어난 것이다.

시총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졌던 종목은 국내 증시 시총 3위 LG에너지솔루션이다. 전날 종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83조7720억원으로 3일 만에 7조3710억원(+9.65%)이나 증가했다. 또 다른 조(兆) 단위 증가액의 주인공은 LG화학(1조239억원, +4.2%)이다. 그 뒤를 에코프로(9053억원, _7.55%), 삼성SDI(8596억원, +3.53%), 에코프로비엠(7824억원, +4.37%), 포스코홀딩스(6343억원, +2.07%), 에코프로머티(5871억원, +9.35%), 포스코퓨처엠(5422억원, +2.71%) 순서로 따랐다.

SK그룹 재편 문제가 불거졌던 SKC(-3257억원, -5.1%), SK이노베이션(-1915억원, -1.72%) 등의 시총은 7월 들어 감소세를 보였다.

기간을 최근 1개월 간(6월 3일~7월 3일)으로 넓히면 2차전지 톱10 종목의 시총 증가액은 19조5188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커진다.

최근 완연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2차전지 섹터는 올해 상반기 지독할 수준으로 뒷걸음질 친 바 있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는 전기차(EV) 시장 전반에 압박으로 작용한 ‘캐즘’이 꼽힌다. 작년 2차전지 랠리 당시 설정됐던 실적 전망치와 현실의 괴리율이 컸던 것도 투심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단 평가도 있다. 2차전지 주요 종목에 대한 증권가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시간이 지날 수록 급격하게 하향 조정됐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평균치)는 올해 1월 900억원에서 7월 -9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포스코퓨처엠의 영업이익 전망도 같은 기간 65.97%(667억→227억원) 감소했고, LG에너지솔루션(-48.66%, 5366억→2755억원), SK이노베이션(-28.01%, 7477억→5383억원), 삼성SDI(-8.51%, 4159억→3805억원) 등에 대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같은 기간 급격히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첫 거래일 종가 기준 311조9711억원에 달했던 2차전지 톱10 종목의 시총 규모는 한달 전(6월 3일) 종가까지 무려 28.78%나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총 100조원 고지를 내줬고, 국내 시총 2위 자리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세계 1위로 떠오르며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 속에 주가가 급등한 SK하이닉스에 내주고 3위로 내려 앉고 말았다.

최근 2차전지 섹터는 전반적으로 바닥을 찍고 재도약하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2차전지 수출액(39억7000만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21.2% 감소했지만, 월간 흐름으로 봤을 때는 최저점을 치고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분위기다. 지난 4월 6억1800만달러로 단기 저점을 형성한 후, 5월 6억4400만달러, 6월 7억4000만달러로 완만하게 오르면서다.

전체 수출 중 2차전지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5월 1.1%로 떨어졌지만, 6월엔 다시 1.3% 선에 복귀했다. 한참 좋았을 때 기록했던 2%대엔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의 주가가 회복세에 있다는 점도 국내 주요 2차전지주의 지속적이 주가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꼽힌다.

3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6.54% 오른 246.39달러로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248.42달러)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 1일 6.05% 상승하고, 2일 10.20% 급등한 데 이어 사흘 연속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최근 1개월 간 주가 상승폭도 39.76%에 이른다.

2분기 차량 인도량이 44만3956대로 전년(46만6140대) 대비 4.8% 줄었지만, 1분기(38만6810대)보단 14.8%나 늘었다는 점이 투심을 자극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미 월가의 컨센서스 43만8019대도 웃도는 수준으로, ‘캐즘’의 우려가 어느정도 완화된 것이 아니냔 평가도 나왔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2차전지 섹터가 2차 상승 사이클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양극재 주원료인 리튬·니켈 가격의 바닥이 확인됐다며서 “양극재 기업 분기 평균판매단가(ASP)가 올해 3분기 6% 증가하고, 4분기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캐즘’을 불러온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전기차 가격 경쟁력 강화 역시도 2차전지 업황 반전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전기차 제조사(OEM)들의 원가 경쟁력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며, 보조금 등 인센티브 여력까지 충분하다”면서 “미국 전기차 가격이 평균 신차 가격에 수렴하거나 그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삼원계 배터리 간의 가격 격차가 축소하고 있다”면서 “삼원계 배터리 가격 하락과 동기에 OEM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를 채용할 여력이 증대된다는 점은 전기차 상품성 개선으로 이어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전기차의 매력도가 높아질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노 연구원은 하반기에 본격 양산될 4680 원통형 전지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통형 전지는 규격화된 크기와 모양으로 소품종 대량 생산의 최대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7월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 전지 첫 양산을 시작으로 2025년 삼성SDI 46파이, 2027년 파나소닉 원통형 전지 생산이 이어질 전망이다.

노 연구원은 “테슬라 외에도 리비안, GM, 포드, BMW 등이 46 기반 원통형 전지 채택에 긍정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원통형 전지 대규모 양산이 가능한 셀 업체들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2차전지 섹터 앞에 ‘꽃길’만 깔려 있지 것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우선 양극재 원가의 60~70%를 차지하는 핵심 재료 리튬 가격이 올해 1월 수준까지 다시 하락했다는 점은 주요 2차전지 업체들의 실적 반등 시기를 더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탄산리튬 가격은 1㎏당 87.5위안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4월 10일(1kg당 110.5위안)과 비교해 20.8% 떨어진 수치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 니켈 가격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니켈 가격은 1톤(t)당 1만6960달러로 지난 5월 고점(2만1275달러) 대비 20.3% 떨어져 올해 초(1만6600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유럽의회 선거를 통해 현실화한 ‘우경화’로 인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친환경 정책 ‘속도조절’도 2차전지 분야엔 악재로 꼽힌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U는 물론 미국 정부까지도 자동차 연비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기차 시장은 정책에 의해 수요가 창출되는 산업인데, 당분간 미국·EU발(發) 정책 모멘텀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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