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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투자 받아 좋았는데’…新사업 길막힌 핀테크[머니뭐니]
뉴스종합| 2024-07-04 09:03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은행의 핀테크 출자 및 인수합병(M&A)을 열어주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지주·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핀테크들 마저도 만성적인 실적 저하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금산분리 규제완화 등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단순 인수 지분 허용치를 넓혀주는 게 아니라 핀테크가 보다 전폭적인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부수 규제를 개선하는 등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금융사의 핀테크 출자 및 비금융 진출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각 연구원 등으로부터 연구내용을 제출 받으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금융지주회사법, 그리고 은행법 등을 살펴보는 중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아직 짜지 못한 탓에 규제 완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금산분리 완화는 주로 은행이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이지만, 핀테크 업계 역시 추가 투자를 받고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핀테크 투자는 전년비 75% 이상 감소했다. 삼정KPMG는 보고서를 통해 “2022년 1537건의 거래에 걸쳐 513억 달러가 투자된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882건의 거래에서 10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자금력이 탄탄한 금융지주의 투자를 받은 곳들조차도 그 이후 지속적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JB금융지주와 전북은행으로부터 각각 5%, 10%의 지분투자를 받으며 협력관계를 구축한 대출 전문 핀테크기업 핀다는 같은 해 243억3326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216억2247만원) 대비 손실 폭이 27억1079만원이나 확대됐다.

하나금융지주의 100% 편입 자회사로 영업하고 있는 대출비교플랫폼 핀크 역시 손실 폭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7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22년까지 123억8041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69억6596만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자산관리 핀테크 뉴지스탁 역시 손실 폭이 확대됐다. 뉴지스탁은 지난 2022년까지 10억9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손실이 17억9800만원으로 늘었다. 뉴지스탁은 DGB금융지주가 지난 2021년 8월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한 핀테크 기업이다. 금융지주가 핀테크를 인수한 최초 사례로 꼽힌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7일 서울 중구 신한익스페이스에서 열린 제3회 금융회사-핀테크 기업 상호만남(Meet-Up)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투자를 받은 핀테크들 마저 성숙 단계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는 건, 규제로 인해 신사업에 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금융지주사의 자회사로 편입된 곳들은 ‘금융지주회사법’에서 출자가 허용되는 범위를 자세히 언급하고 있지 않아 손자회사를 세우는 등 신사업 진출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법은 당국 입장에서도 유권해석이 어려운 매우 보수적인 법령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로 인해 핀테크가 영위 가능한 신사업 진출이 꽉 막힌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2015년 금융회사의 핀테크 출자 제한을 완화하는 유권해석을 내놨지만, 핀테크 범위를 전자금융업으로 한정하는 등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핀테크가 금융지주나 금융사에 편입되더라도, 적극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며 지주와의 시너지를 내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당국의 규제 완화가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 업계를 함께 고려해 업종제한 등 부수 규제를 함께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금산분리를 완화해 몇퍼센트의 지분율을 가져가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투자나 인수가 일어난 이후에 핀테크가 부딪히는 규제나 장벽이 더 많다”며 “부수적인 규제가 같이 개선되지 않으면 금산분리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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