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김우택 움트리 대표 “교민 보다는 현지인 공략“…K-소스, 세계인 입맛 바꾼다
뉴스종합| 2024-07-05 11:48
김우택 움트리 대표이사가 4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장수면 움트리 공장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포천=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포천)=김벼리·박병국 기자] K-푸드(음식)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K-문화가 인기를 끄는 데다, 발효음식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늘면서다.

K-푸드 돌풍의 중심에는 K-소스가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세계 소스·조미료 시장 규모는 지난해 410억 달러(약 57조원)에서 2030년 595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맵고 알싸한 한국 소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장류와 소스류 등을 제조해온 움트리도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 4일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움트리 본사에서 진행한 김우택 움트리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40개 넘는 나라에 수출길을 열어 이제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현지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움트리는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코스트코 매장에서 로드쇼(순회 홍보 행사)를 열었다. 이달에는 월마트 온라인에도 입점한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오래전부터 러시아나 브라질 등에 소스류나 파우더류를 중심으로 수출을 해왔는데, 3년 전부터 미국에 고추장을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며 “일차적으로 미국 아마존 홀푸드마켓에 물건이 들어가고 있고, 이번에 월마트와 코스트코까지 들어가면 물량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택 움트리 대표이사가 4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장수면 움트리 공장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포천=임세준 기자

움트리는 와사비와 초고추장 등의 소스로 이미 국내 시장은 평정했다. 1978년 설립 이후 규모가 커졌다. 현재는 130여 개에 달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추장 등 ‘장류’와 와사비로 대표되는 ‘향신료’, 그밖에 ‘소스류’, ‘프리믹스류(여러 재료를 섞은 가루)’ 등이 주력이다.

해외로 눈을 돌린 뒤 사업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수출국은 2021년 34곳에서 2022년 38곳, 지난해 41곳에 이어 올해 6월 말 기준 45개까지 늘었다. 북미와 남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모든 대륙에 진출한 상태다. 수출 품목수 또한 2021년 75개에서 매년 늘며 현재는 100개가 넘는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해외 매출도 2021년 45억원, 2022년으로 48억 2023년 69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올 상반기 매출액도 33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중 11.6% 수준이다. 이 수치도 2021년 9.9% 이후 높아지고 있있다.

가장 큰 해외 시장은 북미다. 전체 매출의 35% 정도를 차지한다. 특히 고추장 등 장류 제품의 수출이 주력이다. 최근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K-문화 열풍이 불면서 현지인들의 소비가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 제품은 거의 현지인을 대상으로 판매한다”며 “현지인들이 떡볶이를 해먹고 햄버거에 고추장을 발라먹기도 한다.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빵에다가 반죽을 할 때 고추장을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움트리는 고추장을 활용한 버거용 소스를 미국에 판매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기존에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음식을 발효한다는 게 음식을 썩게 하는 것과 동일시되면서 거부감이 있다”며 “최근 과학적으로 K-푸드, 특히 발효식품이 몸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현지인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K-문화 열풍이 불면서 떡볶이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며 “방탄소년단(BTS)이 국익에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택 움트리 대표이사가 4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장수면 움트리 공장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포천=임세준 기자

움트리가 제품을 수출할 때 ‘한국’을 앞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몇십년 전에는 외국 제품 디자인 등을 따라하면서 한국 제품이라는 감추는 쪽으로 포장을 했었는데 지금은 수출하는 제품도 영어보다 한글을 더 크게 써서 만든다”며 “현지인들도 한글로 표기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시아 시장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현재 해외 매출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수준이다. 김 대표는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을 지어 동남아 생산의 거점으로 삼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많이 좋아한다”며 “우리 상품도 20여 가지 들어가는데, 이번에 특별히 할랄(이슬람 율법이 허용한 것) 고추장 인증을 받아서 제품화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류도 미국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움트리의 공격적 해외 사업 확장의 동력은 K-소스 열풍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김 대표는 “장류의 경우 기호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인스턴트 식품처럼 단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금방 식지 않을 것”이라며 “K-소스 유행은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움트리가 K-소스 열풍에만 기대는 것은 아니다. 움트리 세계화의 뿌리에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인 ‘바른 제품’이 자리잡고 있다. 바른 제품이란 최고의 원료를 공급해 어느 회사보다도 확실히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된다는 김 대표의 신념이다. 김 대표가 해외 원료 재배 현장을 돌아다니며 품질을 일일히 확인하는 이유다. 그는 “원료만큼은 직접 현지에 가서 재배 단계부터 살펴보고, 수확과 관리까지 꼼꼼히 챙긴다”며 “미국과 캐나다에서 겨자, 중국에서는 와사비 원료, 베트남에서는 후추 원료를 들여오는데 원료는 1등급으로 완벽하게 하서 들여온다”고 말했다.

움트리의 고추장에도 바른 제품 철학이 담겨있다. 움트리는 고추장 발효를 타사 제품들보다 4배 정도 길게 한다. 이를 통해 숙성도를 높여 더 깊은 맛을 낸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장류 제품들에는 엿당이 27~28%씩 들어가는데 그러면 빛깔은 좋고 보기는 좋지만 맛이 텁텁하다”며 “우리는 엿당을 설탕이나 올리고당으로 대체해 뒷맛이 깔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천 움트리 본사에 있는 장류 공장 4층에서는 물과 스팀으로 고온에 찐 밀가루 10t(톤)을 ‘제국’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제국이란 곰팡이를 띄워서 효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제국실의 문을 여니 쿰쿰한 냄새와 함께 뜨거운 열기가 밖으로 쏟아졌다. 48시간의 제국이 끝나면 내용물은 배관을 통해 3층으로 옮겨져 소금, 물과 합쳐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고추장숙성 발효물은 20~25도 온도의 지하 저장탱크에서 한달간 발효를 거친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긴 발효 기간은 고추장의 맛을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발효가 끝난 숙성물에 고춧가루와 올리고당 등을 넣어 저으면 움트리의 고추장이 완성된다.

김 대표는 앞으로 사업계획에 대해 “크든 적든 40개 넘는 나라에 수출길을 열었으니 이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라며 “국내 사업만큼은 쉽지 않겠지만 우리 상품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되면 재정적인 부분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kimstar@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