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EU 주도한 국가에서 극우 득세…속내는 ‘먹고사니즘’ [유럽 휩쓰는 극우]
뉴스종합| 2024-07-08 07:30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지지자와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 [르몽드]

[헤럴드경제=김빛나·김영철·정목희 기자] 유럽에서 극우 돌풍이 거세다. 심지어 하나의 유럽을 만들자며 유럽연합(EU)의 창립을 주도했던 국가들에서 EU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의 바람이 두드러지고 있다. 누가 권력을 잡든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불만이 없다. 하지만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 아우성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결국 ‘먹고사니즘(먹고 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이 이념을 주도한 셈이다.

앙헬 알론소 아로바 스페인 IE대 국제문제 교수는 5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최근 극우가 득세한 것은 시민들의 불만을 반영한다”며 “기존 정당이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극우 정당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도 급진적인 선택을 선택한다. 매우 위험한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아로바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사무총장 수석고문·커뮤니케이션 책임자로 활동한 국제문제 전문가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도 아이러니하게도 유럽 공동 시장을 만들기 원했던 EU 창립국 6개 국가에서 극우가 득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EU 창립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1위 또는 2위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르몽드는 “창립국들이 EU에 부여했던 의미가 유효한 지 되물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유럽 극우 정당은 민족주의(Nationalism)에 기반한 반이민주의와 함께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이고 자국 이익 우선을 강하게 내세운다. 이전부터 유럽 내 극우 정당이 존재하긴 했으나 올해 치러진 제 10대 유럽의회 선거에서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며 주류 세력으로 거듭났다.

그 중에서도 EU 경제의 핵심 주축인 중서부 국가에서 극우 정당의 돌풍이 거셌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총선 결선 투표에서 3위로 밀리긴 했으나 앞서 1차 투표에선 앞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해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탈리아 유권자들이 28.8%의 표를 몰아주며 제1당 자리를 굳힌 이탈리아의형제들(FdI)은 2022년 총선보다 득표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또 독일 유권자의 15.9%가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선택하며 이 당은 집권당을 제치고 2위에 등극했다.

이 두 나라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성장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EU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크라 전쟁 지원이나 이민자 수용보다는 자국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는 극우 정당의 ‘자국 중심주의’ · ‘반(反) EU’가 극우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된 셈이다.

그 중에서도 사회에 불만이 가득한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정은 한성대 국제이주협력학과 교수는 “유럽에서 극우정당은 반EU 노선을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를 우선시한다는 주장이 유럽 차원의 협력을 적대시하는 주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극우 돌풍이 EU 해체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주요 국가의 극우 정당은 EU 체제 안에서 이웃 국가에 대한 관세나 전쟁 지원 문제에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브 베르톤치니 파리 ESCP 경영대학원 교수는 “극우 정당은 EU를 비판하지만 EU를 떠나고 싶지 않아한다”고 지적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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