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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볼이 소환한 1987년 야구 라이벌전…롯데팬은 뿔났을까?
뉴스종합| 2024-07-09 11:36
한정판 홈런볼. [해태제과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일구일생(一球一生), 일구일사(一球一死). 니는 언젠가 빛이 나는 진짜 다이아몬드가 될끼다.”

영화 ‘퍼펙트 게임(2011년)’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다. 퍼펙트게임은 지난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있었던 롯데자이언츠와 해태타이거즈의 경기를 다룬 영화다. 정확히 얘기하면 해태타이거즈 선동열과 롯데자이언츠 최동원의 3번째 선발 맞대결을 영화화했다.

두 라이벌은 결국 승부를 보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연장 15회 끝에 2대2로 마무리됐다. 영화는 최동원 선수가 타계한 지 3개월 후 개봉되면서 그의 추모 영화가 됐다.

롯데자이언츠와 해태타이거즈의 라이벌 구도가 30년이 훌쩍 넘은 2024년 7월 다시 소환됐다. 해태제과가 지난 8일 출시한 ‘과자’ 때문이다. 해태제과가 지역 한정판으로 내놓은 ‘한정판 홈런볼’ 이야기다.

한정판 홈런볼의 제품 포장 전면은 지역 구단의 마스코트와 팀 로고, 구단 상징색으로 장식됐다. KIA타이거즈(전 해태타이거즈)가 그려진 홈런볼은 광주에서, 한화이글스가 그려진 홈런볼은 대전에서, 삼성라이온즈가 그려진 홈런볼은 대구에서 판매하는 식이다.

영화 퍼펙트게임 포스터.

국내 프로야구 구단은 총 10개다. 하지만 해태가 출시한 홈런볼은 9개다. 롯데자이언츠가 빠졌기 때문이다. 한정판 홈런볼을 부산 사직구장에서 살 수 없다는 얘기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앞서 해태제과는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계약을 했다”면서 “다만 9개 구단만 사용하는 걸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롯데제과)가 자체 홈런볼을 제조하고 있어 롯데자이언츠가 계약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정판 홈런볼에서 롯데자이언츠가 빠진 것에 대해 오랫동안 이어진 롯데와 해태의 라이벌 구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롯데와 해태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롯데가 같은 제과 업종이라는 이유로 해태의 KBO 참여에 부정적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롯데제과와 해태제과가 생산한 제품을 두고도 기싸움이 이어졌다는 소문도 유명하다. 여기에 지역주의가 더해지면서 웃지 못할 사연도 잇따랐다. 실제 198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영화 ‘위험한 상견례 2(2011년 개봉)’를 보면, 전라도 사람인 대식(박철민 분)이 부산에 와서 해태껌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가게 주인은 “우리는 롯데껌만 들여놓는다”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오랜 시간 즐거움을 줬던 해태타이거즈와 롯데자이언츠의 라이벌 구도는 해태그룹이 해체되면서 깨졌다. 해태타이거즈는 2001년 8월 KIA타이거즈가 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홈런볼’로 다시 촉발된 그 옛날 라이벌의 추억, 롯데자이언츠 팬들과 제과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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