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8일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6년 연속 무파업 타결을 달성할 것이 유력하다. 주목되는 것은 사회적 관심이 높은 ‘정년(만 60세) 후 계속고용’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년 이후에도 생산직 근로자가 원하면 1년 더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숙련 재고용 제도’를 ‘만 62세 까지로 1년 더 늘리기로 했다. 현대차는 나아가 생산직 근로자에 대한 계속고용을 도출하기 위해 노사 동수로 ’정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중 현대차는 지난해 경제기여액이 111조3898억원으로 삼성전자(147조1710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만여 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일하는 현대차의 계속고용은 국내 산업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대차가 ‘정년 연장 TF’를 꾸리기로 한 건 단순히 노동조합의 요구 때문만은 아니다. 저출생 여파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노동 인력 확보는 기업 경쟁력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관건은 역시 인건비다. ‘정년퇴직 후 재고용’ 방식이냐, ‘정년 연장’ 방식이냐에 따라 기업 부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선 현대차가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의 대상과 연령을 확대하는 식으로 노조와 계속고용에 합의하면 기업 부담 최소화와 숙련 근로자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이제 겨우 계속고용에 대한 첫발을 뗐지만 초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대표기업 도요타는 일찌감치 ‘액티브 시니어’를 활용해 왔다. 도요타는 정년이 60세지만, 65세까지는 재고용 형태로 대부분의 사원이 일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65세 이상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고용하고 있는데, 올 8월부터는 이를 70세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일본의 65~69세 취업률이 52.0%에 달한 것은 계속고용을 70세까지로 확대한 기업 비중이 30%에 달한데 힘입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05만 명의 은퇴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0.33%포인트 떨어졌는데, 올해부터 11년간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가 은퇴하면 이보다 더 큰 연간 0.38%포인트의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32년까지 연평균 2%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매년 89만4000명의 노동력이 공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고령층의 고용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의 계속고용이 저출생 고령화 시대 노동인력의 확보에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