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주 담보로 1328억 교환사채 발행해
더딘 면세업황 회복에…자구책 마련 분주
[호텔신라 제공]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호텔신라가 무이자로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면세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 3일 자사주를 담보로 1328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사채란 회사가 발행한 회사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발행회사가 보유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채권이다. 회계상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고, 자사주 매각 효과도 있다.
교환사채의 표면이자율은 0.0%이다. 별도의 이자지급기일은 없고, 만기일은 2029년 7월 5일이다. 교환 대상은 호텔신라 보통주 213만5000주다. 1주당 교환가액은 가중산술평균주가에서 15% 더한 6만2200원이다.
교환사채 발행에 대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금융 비용을 절감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면세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호텔신라도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1분기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은 1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줄었다. 16억원의 순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했다, 면세사업을 영위하는 ‘TR 부문’의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전년 동기(232억원) 대비 80.6% 줄었다. 수익성 하락에 호텔신라 부채비율은 지난해 394.1%에서 올해 1분기 426.8%로 올랐다.
면세 업계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로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약 13조원이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2019년(24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매출액이 조금씩 회복하고는 있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비중이 줄면서 1인당 매출은 오히려 줄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희망퇴직, 임원 급여 20% 삭감 등을 단행했다.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 타워동 매장도 없애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에 중국 단체여행이 풀렸지만, 유커들이 한국을 예전만큼 찾지 않으면서 면세점 매출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익성 개선이 늦어지면서 면세점들이 비용 절감과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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