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2%에 완전히 도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시장은 ‘9월 인하설’에 무게를 실었다. 국내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금융·재정 당국에선 가계빚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은이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기업 10곳 중 4곳은 고금리로 인해 “이자 내면 본전 또는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주택 공급을 동시에 적극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다.
파월 의장은 미 하원에 출석해 “우리는 인플레이션만 타깃으로 하는 중앙은행이 아니다. 우리는 고용 관련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인 것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물가상승률 2%에만 집착하지 않고 향후 실업률을 중요하게 감안해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대선 전이라도 피봇(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뉴욕증시는 상승폭을 크게 키웠다.
한은은 지난해 2월 이후 12차례 연속 기준 금리(3.50%)를 동결했다. 하지만 금융 시장에선 하반기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담대를 비롯한 대출 수요를 자극했다. 한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1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20조5000억원이 불었다. 주담대 잔액은 876조9000억원으로 한달만에 6조3000억원이 늘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0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필요시 주택 추가 공급 확대 방안도 적극 강구하겠다고 했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확대해 가계부채 관리도 확고히 하겠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9일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연초보다 확대됐다”며 경계했다.
미국의 피벗 신호가 더 뚜렷해지고, 국내 물가상승도 둔화하는 흐름이어서 금리 인하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시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400곳을 조사한 결과 고금리 기간 경영 애로로 ‘이자 비용으로 인한 재무 상태 악화’를 꼽은 기업이 31.3%로 가장 많았다. 또 상반기 경영실적과 관련, 응답 기업의 44.8%는 ‘영업이익과 이자 비용이 비슷한 수준’(30.2%)이거나 ‘적자’(14.6%)라고 답했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금리 인하와 가계빚을 잡기 위한 대출 규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