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올해(9860원)보다 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가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12일 새벽 이같이 결론을 냈다. 1988년 제도 도입 후 최저임금이 1만원을 기록한 건 37년 만에 처음이다. 이대로 하면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월급은 209만 6270원이 된다. 10년전만 해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까마득하게 여겨졌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의 안전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가파른 인상으로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고용 형태도 다양화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할 때다.
이날 전격 합의는 예상 밖이다.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은 시간당 1만2600원(올해 대비 27.8% 인상)으로 동결을 요구한 경영계와 워낙 입장 차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계가 인상폭을 줄여나가면서 900원 차까지 좁혔다. 결국 최종안인 경영계 1만30원, 노동계 1만120원을 놓고 투표를 부친 결과 경영계안이 14표, 노동계 안이 9표를 받아 결정이 났다. 투표직전 근로자위원 4명이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해 투표에 불참하면서 23명만 참여했고 캐스팅보터인 공익위원 5명이 경영계 안에 찬성한 결과다.
법정 시한을 넘기긴 했지만 빠른 결정으로 갈등 상황이 조기 종료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업종별 차등적용이 해결되지 않아 업계 부담은 더 가중될 판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구분적용을 해달라고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요국 가운데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곳은 우리 뿐이다. 미국·캐나다·중국·러시아 등은 지역별로, 일본·호주·스위스·벨기에 등은 지역별·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연령별로 적용하는 곳도 있다. 고용원 없는 나홀로 사장이 늘고 쪼개기 알바 등 고용 불안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301만명이라고 한다. 1년 새 25만명이 늘었는데 더 증가할 수 있다. 인건비 부담에 무인점포, 로봇 서빙이 늘어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차등 적용에 대해 노동계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1만원 최저임금이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인 곳들도 많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플랫폼노동자들이 늘고 있지만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에도 소득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삐걱대는 제도는 손보는 게 맞다. 고용 불안으로 내몰고 한쪽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제도는 공정하지도 않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고 매년 갈등을 반복하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도 체계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