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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엔 음식 60도 이상에서 조리해 드세요”
라이프| 2024-07-12 11:31

본격적인 여름 장마가 시작됐다. 특히 이번 장마는 지방에 따라 기록적인 폭우까지 더해져 강수량도 많고 내리는 강도도 강할 것이라고 기상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최대 90%까지 높아진다. 각종 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음식물이 상하기 쉬워 식중독이 많이 발생한다. 높은 습도 때문에 땀이 많이 나도 잘 증발하지 않아 피부질환에 걸릴 위험도 크다. 관절염 환자는 습도와 기압의 영향으로 관절 내 압력이 증가해 통증과 부기를 호소한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장마철은 위험한 기간이다. 습도와 더위에 입맛을 잃기 쉽고, 잦은 비로 인해 외부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어 혈당조절에 어려움이 생긴다.

식중독 예방 위해 날 음식 주의=식중독(식품매개질환)은 음식물 섭취를 통해 소화기가 감염되고 배탈과 설사 등의 증상이 급성 또는 만성으로 발현되는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발열, 구역질, 구토, 설사, 복통, 발진 등이 있다.

증상이 가장 빨리 나타나는 건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이다. 이 균의 독소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1시간에서 6시간 내에 구토와 설사를 하게 된다. 이 경우 항생제나 지사제를 복용하기보다는 먼저 충분한 수분 공급을 해주는 것이 좋다.

장티푸스에 감염되면 1~2주 정도 잠복기를 거쳐 섭씨 40도 안팎의 고열과 두통·설사 증세가 나타난다. 오들오들 떨리고 머리와 팔다리 관절이 쑤시는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심하면 장출혈, 뇌막염 등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내 발생 원인은 70~80%가 오염된 물을 통한 전염이다. 장티푸스를 예방하려면 물은 끓여서, 음식물은 익혀서 먹는 습관을 들인다. 미리 예방접종을 해두는 것도 좋다.

살모넬라균은 닭과 오리와 같은 가금류가 가장 흔한 감염원이다. 계란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살모넬라균은 열에 취약해 62~65도에서 30분 가열하면 사멸된다. 달걀을 익히면 감염을 피할 수 있지만, 음식 조리 과정에서 다른 식품에 의한 2차 오염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질은 용변 등으로 오염된 물과 변질된 음식을 통해 감염되고 전염성이 강하다. 이질균은 물속에서 2~6주 동안, 흙에서는 수개월 동안 살 수 있다. 위산(胃酸)에도 잘 죽지 않아 손에 조금만 묻어 있거나 200개 정도의 균에 감염돼도 이질을 일으킬 수 있다.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에는 탈수현상을 보여 혼수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설사가 지속되거나 탈수 증상이 있다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전염병 중 치료를 해도 환자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주로 생선회, 생굴 등 날 해산물을 먹은 만성간염·간경변증 환자에게 주로 발생한다. 환자의 90% 이상이 40~50대 남자다. 이러한 지병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해산물을 익혀서 먹어야 한다.

콜레라는 장마 끝에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전염병이다. 콜레라는 오염된 물·음식·구토물을 통해 감염된다.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밥을 먹을 때에도 감염될 수 있다. 손 위생, 음식물 끓여 먹기, 조리기구 소독하기, 음식물 오래 보관하지 않기 등 위생 수칙만 잘 지켜도 콜레라 발병을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

식중독 예방의 지름길은 음식의 선택·조리·보관 과정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세균은 주로 0~60도에서 번식한다. 저장은 4도 이하에서, 가열은 60도 이상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젖은 신발·옷은 충분히 말려서=장마철은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창궐하기 쉽다. 또 비와 땀 속에 섞여 있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과 불순물에 의해 피부가 손상될 우려가 높다. 장마철에 자주 발생하는 피부감염성 질환으로 곰팡이성 질환인 무좀과 사타구니 부위의 완선, 그리고 간찰진 등을 꼽을 수 있다.

무좀균은 고온다습하고 피부가 밀폐된 조건에서 잘 번식한다. 장마철에는 신발을 두세 켤레 준비하고 번갈아 신는다. 젖은 신발은 충분히 말린 다음에 신어야 한다. 두 피부 면이 맞닿은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염인 간찰진도 고온다습한 여름에 잘 생긴다. 목의 주름 부위를 비롯해 무릎 뒤, 손가락 사이, 엉덩이, 가랑이 사이, 발가락 사이 등 피부가 맞닿는 부위면 어디든 생긴다.

정준민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특히 빗물과 접촉한 후 씻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빗물에 섞여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피부를 자극한다”며 “이는 염증 반응으로 이어져 붉은 반점과 같은 접촉성 피부염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피부가 접히는 부위는 습하지 않게 관리하고 시원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증세가 가벼우면 약한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연고를 바르면 호전될 수 있다.

실내외 온도차 5도 이상 나지 않게=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때 더욱 통증을 호소한다. 의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된 바는 없지만, 습도가 높거나 저기압일 때 관절 통증이 크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여러 관절염 가운데서도 면역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만성염증성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은 높은 습도와 저기압에 민감하게 반응해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장마철이 되면 주변이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바뀐다. 높은 습도를 낮추기 위해 습관적으로 에어컨이나 선풍기에 손이 간다. 하지만 냉방기를 장시간 켜둘 경우 관절염 환자는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차가운 바람은 관절 주변 근육을 긴장시켜 신경을 더욱 압박한다. 관절 건강에 좋은 대기 중 습도는 50% 내외다. 실내 습도가 높다고 냉방기를 지나치게 오래 틀면 대기 중 습도가 50% 보다 낮아져 관절염 환자에게 안 좋을 수 있다. 냉방기를 직접 조작할 수 없는 장소라면 긴 소매의 겉옷이나 무릎담요로 찬바람 노출을 줄인다. 실내외 온도 차는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한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통증을 개선하려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게 좋다. 쪼그려 앉거나 뛰는 등 관절에 힘이 가해지는 운동을 삼간다. 찜질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맨발 활보 중 상처, 당뇨발 위험=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당뇨병 환자는 368만7000여 명으로, 2021년에 집계된 353만7000여 명에 비해 약 15만명 증가했다. 매년 늘어나는 환자 수만큼 일상생활에서 당뇨병 관리가 중요해졌지만, 장마철은 혈당 관리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위험한 기간이다. 습도와 더위에 입맛을 잃어 건강한 식사를 챙겨 먹기 쉽지 않고, 잦은 비와 습도로 외부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꾸준히 운동하기도 어렵다.

당뇨발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발에 생기는 신경병증, 구조적 변형, 피부 못(굳은살), 피부와 발톱의 변화, 발의 궤양, 감염, 혈관질환 등을 통칭해 일컫는 말이다. 당뇨발이 진행되면 작은 상처도 낫지 않고 궤양이 되고 심하면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까맣게 썩게 된다. 가벼운 상처도 급속히 진행해 궤양이나 괴저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는 발을 절단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조윤경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초기에는 발이 시리고 저리고 화끈화끈한 증상이 느껴진다”며 “증상이 악화하면 발에 무언가 붙어 있는 느낌이나 발을 밟을 때 마치 모래나 구슬 위를 걷는 느낌 등 다양한 이상 감각을 호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마철에는 주변이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바뀌는데다 맨발로 다니기 쉬운 여름철에는 발에 상처가 잘 난다. 발의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발의 색이 붉거나 검게 변하는 경우 수포, 궤양 등 사소한 상처가 생기더라도 초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김태열 건강의학선임기자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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