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재계가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는 ‘이중과세’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배우자 상속세 폐지, 법인세 이중과세를 유발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 완화, 배당금 이중과세 개선 등을 건의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 “종합부동산세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낸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점검 필요성을 언급했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에도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야당도 달라진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낡고 불합리한 세제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야·정이 협의체를 구성해 조세의 비효율을 바로잡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우리나라 이중과세 문제점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재 국세, 지방세 세목 25개 중 20개에서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 세목이 법인세와 배우자 상속세, 재산세다. 기업은 한 해 소득에 최고 24%의 법인세에 20%의 투자상생협력촉진세(미환류소득 법인세)를 내야 한다. 토지 등 자산처분 이익이 있으면 최대 40%의 법인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고 추가로 법인 지방소득세도 부담한다. 상의는 배우자 상속세에 대해선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아예 폐지를 요구했다. 세대간 부의 이전에 대해 상속세 부과는 필요하지만 ‘동일한 경제공동체’인 배우자간 상속에 상속세를 과세하고 추후 배우자가 사망하면 자녀에게 상속세를 또다시 부과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상의 보고서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가계는 상속세, 종부세보다 소득세에 더 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 10년차의 평균 연봉이 8000만원대라고 한다. 현행 과세표준은 8800만원 이상부터 1억5000만원까지 소득에 대해 소득세율 35%를 적용한다. 이는 1987년에 설정된 것이다. 37년간의 물가상승률(연평균 3.4% 적용)을 고려하면 35% 세율은 현재 약 2억7500만원 이상 소득에 적용돼야 하며 24% 세율을 매기는 과세표준 4600만원 이상도 1억6000만원 이상으로 상향돼야 한다. 여·야·정은 37년 묵은 과세표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헤아려야 한다. 이런 게 민생입법이다.
영국 컨설팅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한국의 고액순자산보유자 순유출이 올해 1200명으로 중국 영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조세의 비효율이 만연하면 국내기업은 물론 해외투자 유치도 기대난망이다. 조세가 바로서야 국가경쟁력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