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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4계절’로 본 자본시장, 어느새 ‘봄’ 문턱에…“트럼프가 변수” [투자360]
뉴스종합| 2024-07-18 09:39
[게티이미지뱅크, AP,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글로벌 증시에 봄바람이 불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금리·실적·주가 흐름을 토대로 증시의 순환성에 대해 설명했던 일본의 세계적 애널리스트 우라가미 구니오(浦上邦雄)의 ‘증시 4계절론’으로 상황을 설명했을 때 ‘봄’에 해당하는 ‘금융장세’의 초입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다만,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장세’ 돌입 첫 관문 9월 금리 인하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구니오가 말하는 ‘금융장세’의 특징은 ‘금리 하락’ 국면 속에 증시로 돈이 몰리면서 주식 시장이 랠리를 펼치게 된다는 점이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유동성에 의해 주가는 떠받쳐진다.

현재 시점을 두고 ‘금융장세’ 돌입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가장 주된 이유는 ‘9월 피벗론’이다.

9월 피벗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피벗을 위한 양대 필요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과 경기 둔화 조짐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디스인플레이션에 힘을 실었다. 3.0%로 작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더 나아가 전월 대비 0.1% 하락하면서 지난 2020년 5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약해지는 모양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 5~11일 6320억달러(약 872조원)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글로벌 펀드매니저 2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투자 결정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인 1위 자리에 ‘지정학적 갈등’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 6개월 간 선두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던 ‘인플레이션’을 밀어낸 것이다. 조사 대상자의 68%는 미 연준의 피벗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역시 완화하는 ‘연착륙’이 가장 높은 확률의 시나리오라고 꼽기도 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하다고 보여준 수치는 앞서 발표된 6월 고용지표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4.1%로 5월 4.0%보다 상승했고, 지난 2021년 11월(4.1%)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7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7월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를 통해 미국 내 경제활동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지역이 기존 미국 내 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에서 5곳으로 3곳 늘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 시선 모이는 ‘트럼프의 입’

피벗 확률 상승에 따른 주식 시장 랠리의 조짐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약했던 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에서 나타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다우 지수는 전장보다 243.60포인트(0.59%) 오른 4만1198.08에 거래를 마치며 전날에 이어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이날은 0.7% 하락했지만, 앞서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던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 강세도 피벗 개시 시대감에 따른 결과물이다. 5거래일 간의 연속 상승세 기간 러셀2000 지수가 기록한 11.12%의 상승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1.36%)의 8.18배에 이른다.

톰 리 펀드스트랫 공동창업자는 미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중소형주들이 향후 10주간 최대 40%까지 급등할 것”이라며 “다음 달에는 더 많은 자금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이동하는 등 주도주 로테이션이 더 거세지며 러셀2000 지수의 강세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P500 지수 대비 러셀2000 지수의 상대 강도와 미국채 10년 금리 등을 비교하면 러셀2000 지수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여력이 남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결국 실적에 따라 중소형주 랠리가 지속될 지 결정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현재 증시 상황에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거래(Trump trade,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급부상에 따른 금융투자시장의 발빠른 움직임)’란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 밴스 상원의원. [로이터]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11월 대선 전 기준금리 인하는 해선 안되는 일”이라고 말하며 ‘9월 피벗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정치적 외압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11월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3분기 지표를 좀 더 살펴본 뒤 연말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반도체 동맹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기술주 랠리가 한 풀 꺾일 수 있단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 방위비를 더 지불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은 올해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과 더해지며 반도체주의 하락세를 불러왔다. 17일(현지시간) 엔비디아(-6.62%), ASML(-12.74%), AMD(-10.21%) 등 주요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였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77% 급락한 1만7996.92에 장을 마치기도 했다. 이날 낙폭은 지난 2022년 12월 15일(-3.2%)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단기 조정 가능성…중장기적 금융장세 대비해야”

변동성의 확대는 최근 코스피 ‘연중 최고치(7월 11일, 2891.35)’ 등으로 ‘봄’ 맞이에 들떠있던 국내 증시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도체 관련 발언의 여파로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시총 1·2위 종목 삼성전자(-1.14%), SK하이닉스(-5.36%) 모두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 지수도 0.8% 하락한 2843.29에 장을 마쳤다.

미 증시와 달리 중소형주의 반등세가 국내 증시에선 여전히 약하다는 점도 체크 포인트다. SK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코스피 지수는 3.7% 오른 데 반해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1.1% 하락했다. 특히 코스피 대형주(+4.8%)와 중형주(+4.8%)가 상승세를 이끄는 와중에 코스닥 중형주(-3.2%)와 소형주(+0.3%)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선재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의 부진은 대형주 위주의 AI·반도체 쏠림 현상과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의 부진한 실적 성장, 우량 기업의 코스피 이전상장 등 복합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9월 피벗론’이 여전히 대세란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금융장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오후 4시 30분(미 중부 시간)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 상에서 미 금리선물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현재 5.25~5.50%로 동결할 확률을 1.9%로 잡았다. 전날 0%보단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강력한 셈이다. 금리 인하 수준에 대해선 25bp(1bp=0.25%포인트) 인하가 93.5%에 이르렀고, 50bp 내릴 확률은 4.6%였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단기로 조정받더라도 2800포인트 지지선을 유지할 것”이라며 “중장기 상승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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