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지정학 갈등이 악재로”...대중 수출제한·트럼프의 입에 반도체주 급락
뉴스종합| 2024-07-18 11:05
반도체.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잘나가던 반도체기업 주식이 17일(현지시간) 일제히 폭락했다.

미국 정부가 대중 수출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재선 가능성이 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 방어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지정학적 갈등’이 악재로 인식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 하락 소식을 전하며 인공지능(AI) 수요 등으로 반도체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공지능(AI) 대장주로 불리는 미국의 엔비디아는 6.64% 하락했고 AMD는 10.21%, 브로드컴은 7.91% 각각 떨어지면서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6.81% 급락했다. 2020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ASML이 많은 주문을 받았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12.29% 하락했다. 일본 증시에서는 도쿄 일렉트론이 7.46% 급락해 일본 닛케이 225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블룸버그통신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이 자체적으로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나설 수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사용했으면 수출 시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등을 검토 중이다.

도쿄 일렉트론과 ASML 등 미국 동맹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계속 허용할 경우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FT는 “ASML은 심자외선(DUV) 등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중단했음에도 2분기 장비 판매로 인한 매출액 48억유로 가운데 중국의 비중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대만이 미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고 비판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대만 방어 약속을 지킬지 의문을 갖게 하며 지정학적 긴장감을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여파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의 주가는 6.11% 떨어졌다.

영국 투자플랫폼 AJ벨의 투자 분석가인 댄 코츠워스는 “투자자들은 기술주 관련 좋은 소식을 듣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에 약간만 부정적인 사안이 나와도 시장에 공황을 야기한다”고 분석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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