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비디아라는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주가 급등 소식이 들리면서 한 번쯤은 검색창에서 엔비디아를 찾아봤을 것이다. 지난 6월 말에는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을 추월해 시가총액 1위로 등극했으며 올해 성장률만 보아도 162% 급등했다.
이렇게 엔비디아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현재 AI 가속기 시장의 90%를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AI 관련 시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엔비디아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AI 확산과 함께 급성장하고 AI 가속기 혹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자 반도체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에서는 ‘왜 우리는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없는가?’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엔비디아에 맞설 수 있는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내 환경이 녹록지 않다.
최근에 엔비디아를 알게 된 사람들은 엔비디아를 AI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지만 처음부터 AI 반도체를 만든 것은 아니다. 창업주인 젠슨 황은 1993년 엔비디아를 설립하면서 PC에서 사실적인 그래픽이 가능하도록 빠른 연산에 특화된 칩, 즉 그래픽 카드(GPU)를 만들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화면에 단순히 문자만 출력하던 PC는 윈도우 95의 등장과 함께 그래픽 환경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인터넷이 보급되고 PC 게임이 발달하면서 그래픽 카드는 PC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PC 환경의 변화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엔비디아가 공개한 쿠다(CUDA)라는 소프트웨어는 GPU가 단순히 게임용 부품으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 결국 엔비디아가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당장 엔비디아에 맞설 수 있는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러한 과정은 보지 않고 결과에만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성공에는 시대적 기술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인터넷 보급으로 전 세계인이 함께 할 수 있는 PC게임 산업이 성장했으며,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로 가상화폐 채굴에 GPU가 사용되면서 엔비디아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반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엔비디아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젠슨 황은 연봉 1달러를 받으면서도 기술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들을 되짚어 보면,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생태계를 하나씩 구축하고 있을 때 우리도 비슷한 움직임이라도 있었어야 했다. 모든 일에는 과정이 없이 결과만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주가가 폭등한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만 아쉬워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대로 우리는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물론 그것은 아니다. 당장 엔비디아에 대적할 만한 기업이 없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엔비디아와는 다른 역사를 만들어 갈 우리 기업을 키워야 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신산업실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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