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3년 내 정당 당원 경력 있어도 법관 임용 가능해진다…헌재 “과도한 제한”
뉴스종합| 2024-07-18 15:42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헤럴드DB]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최근 3년 이내에 당원으로 가입한 경력이 있으면 법관에 임용될 수 없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공직 취임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18일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법원조직법 제43조 제1항 제5호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정당의 당원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법관이 될 수 없도록 한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이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었다.

헌재에 헌법소원을 낸 변호사 A씨는 2017년 12월 정당에 가입해 2021년 3월 탈당했다. 그는 2021년 1월, 경력법관에 지원해 법률서면 작성 평가에 통과했으나 지원 결격사유에 해당해 발목이 잡혔다. 당원 신분을 상실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유였다. 그러자 A씨는 헌재를 찾았다.

A씨는 “단순히 당원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중립 및 재판 독립성을 해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편견”이라며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과거 3년 이내의 모든 당원 경력을 법관 임용 결격사유로 정하는 건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 독립에 긴밀한 연관성이 없는 경우까지 과도하게 공직 취임의 기회를 제한한다”며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헌법상 직원공무원제도는 능력주의와 기회균등을 바탕으로 하므로 해당 공직이 요구하는 직무수행 능력과 무관한 요소를 공직 취임의 기준으로 삼는 건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기회를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다른 제도적 장치가 이미 존재한다고 봤다.

헌재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현직 법관은 정당 가입과 정치운동이 금지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징계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며 탄핵심판에 따라 파면될 수 있다”며 “나아가 법관의 과거 경력이 개별사건에 불공정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제척·기피·회피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심급제와 합의제를 통해 법관 개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국회에서 인사청문 절차를 거친 후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임명될 수 있어 판사보다 더 엄격한 수준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조항은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은애·이영진 재판관 2인은 반대 의견을 남겼다.

이들 재판관은 “법관 임용과 가까운 시점까지 당원이었던 사람은 해당 정당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지 않더라도 해당 법관이 내린 판결은 정치적으로 편향된다고 인식될 수 있어 공정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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