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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빈틈 노린 ‘사적제재’에 열광… 그들도 ‘정의’와는 거리 멀었다
뉴스종합| 2024-07-19 11:01
챗GPT로 생성한 사이버 렉카 관련 이미지
제보받습니다. #억울한 사건 #공론화가 필요한 사건
〈구제역 채널 소개〉
본 채널은 각종 이동 수단에 대한 재미난 체험 리뷰 및 공론화가 필요한
사건/사고 이슈에 대해 심층 분석하는 종합 탐사 미디어 채널 입니다.
〈카라큘라 채널 소개〉
유튜브와 기타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주작러들.
그들의 영상이 주작인지 아닌지 감별해드리겠습니다.
〈주작감별사 채널 소개〉

구독자 105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에게 그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은 유튜버들, 이른바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들로 인해 유튜브의 생태계의 추악한 일면이 드러나고 있다. 구제역(본명 이준회), 주작감별사(전국진), 카라큘라(이세욱) 등 문제의 중심에 있는 유튜버들은 그간 자신들의 활동 취지를 ‘사건·사고 심층 분석’, ‘억울한 사건 공론화’, ‘팩트 체크’ 등으로 포장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공분을 산 이슈나 인물을 추적해 그들의 민낯을 드러내는 콘텐츠라며 내보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 공권력에서 관심 없던 정의를 스스로 구현한다고 주장했다. 구독자들은 ‘악인’의 신상이 폭로될 때마다 열광했고 환호했다.

유튜버 구제역(이준희)은 영상 콘텐츠에서 공공연하게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겠다”고 말한다. [구제역 유튜브 캡처]
“우리가 대신 심판한다”

사이버레커들의 영향력은 기본적으로 충성 구독자로부터 나온다. 어떤 콘텐츠로 무슨 이야기를 하든 지지하고 후원하는 ‘팬덤(fandom)’이다.

유튜브 구독자 108만명을 보유한 카라큘라는 활동 초창기엔 중고차 업계 등의 횡포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다루는 콘텐츠를 게시했다. 그의 채널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사회적 사건과 인물을 다루면서부터다. 2022년 부산 서면에서 일어난 이른바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의 가해자 개인정보와 신상을 지난해 자신의 채널에서 공개했다. 곧이어 서울 압구정 롤스로이스 차량 돌진 사건의 가해자 정보를 파악해 폭로했다. 법의 절차와 규정에 어긋난 ‘사적제재’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미온적 수사, 법원의 솜방방이 판결을 비난하던 대중은 이 같은 콘텐츠에 통쾌함을 느꼈다.

사법제도에 불신을 품던 사람들에게 사이버레커의 콘텐츠는 특정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이나 기대감, 곧 효능감을 준다. 유현재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이버레커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분히 사람들의 효능감을 자극하며 작동한다”며 “어떤 정보든, 제보든 넘기기만 하면 폭로 콘텐츠가 즉각 나오니 엄청난 팬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덤에겐 효능감을 주는 콘텐츠는, 반대로 ‘저격 당한’ 사람들에겐 폭력과 상처를 안긴다. 사이버레커의 소위 ‘저격’은 충분한 사실 확인과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단순히 떠도는 의혹을 던져놓지만 사실이 아님은 시간이 지나서야 드러난다. 허위 폭로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정신적, 물적 피해를 야기한다.

때문에 사이버레커 부류의 유튜버들은 소송을 달고 산다. 대개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재판을 가더라도 대개가 벌금형에 그쳐 사이버레커의 폭주를 막는데는 효과가 적다. 과거 ‘연예부장 김용호’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던 김용호 씨는 연예인과 정치인 등에 얽힌 자극적인 이야기를 쏟아냈는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것만 7건이었다. 지난해 10월엔 검찰이 김씨가 연예인을 협박해 돈을 뜯었다는 공갈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후 그가 자살하며 진행 중이던 재판과 수사들은 공소기각되거나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드러나지 않는 ‘검은’ 수익창출 구조

사이버레커의 뒤에는 ‘검은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누군가의 과거사, 사생활을 드러내겠다고 위협하며 ‘입막음의 대가’를 요구한다. 이는 우리 형법이 엄격하게 금지하는 공갈죄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기대할 수 있는 공식적인 수익 창출 통로는 구글 광고수수료·구독수익·후원금(슈퍼챗) 등이다. 유튜브 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플레이보드를 보면 카라큘라, 구제역, 주작감별사는 그간 유튜브 슈퍼챗을 통해서만 적게는 1400여만원에서 많게는 6200만원을 벌어들였다.

공갈은 공식 수익 창출 통로를 통하지 않고 대개 현금으로 건네지며, 사이버레커 부류의 유튜버들에겐 핵심 수익원이 됐다. 유튜버 쯔양은 18일 밤 실시간 방송에서 이 사례를 폭로했다. 쯔양 측에 따르면 유튜버 구제역은 지난해 2월 쯔양 측에 “탈세했다는 근거 자료를 확보했다. 반론 기회를 주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쯔양 소속사 관계자는 구제역을 만나 5500만원을 건넸다.

카라큘라 채널 캡처. ‘폭로’ 한다는 내용의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이들 같은 사이버레커는 허위사실, 과장 등을 사실에 섞어서 콘텐츠를 만드는 가짜뉴스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사생활 폭로 위협 → 입막음 대가 요구’로 이어지는 공갈의 음험한 손길이,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에게까지 미치고 있단 사실이다. 구제역은 쯔양 사건과 별개로 지난 2022년 3월 ‘A씨가 택배기사를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글을 보고 ‘반론권’ 운운하며 A씨와 그의 가족들에게 접근해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자신의 논문 ‘기이한 열정 : 디지털 시대의 고어 남성성’에 사이버레커 메커니즘을 이렇게 진단했다.

“(사이버레커는) 사이버 공간에서 논쟁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이를 빠르게 견인해서 짜깁기한 콘텐츠를 올려 돈을 버는 유튜브 채널을 말한다. 이 세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알려주는 신호탄이 바로 악플이다. 악플이 사이버레커를 끌어들이고 이슈를 확장하면 그때부터는 악순환 고리가 시작된다.”

유튜브 15주년 기념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지난해 행사 모습. [연합]

폭로와 저격 같은 사적제재에 환호하는 팬덤이 유지되고 그들과 만나는 공간(동영상 채널)이 존재한다면 사이버레커는 근절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문제 콘텐츠를 내보내는 채널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수익화 중단 같은 조치를 내리지만 임시방편이다. 수익화 중단 조치가 해제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채널을 개설해 비슷한 수작을 벌이기도 한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사이버레커들에게) 공갈이 제일 메인 수익원이다. 어그로를 계속 끌 필요도 없고 그저 영향력만 유지하면 계속 작동하는 구조”라며 “이렇게 드러난 김에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서 숨어있는 수많은 혐의들을 끄집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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