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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클수록 소득수준 높아진다…인간의 최적 사이즈는 얼마?[북적book적]
라이프| 2024-07-20 07:51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크다 vs. 작다. 길다 vs. 짧다. 무겁다 vs. 가볍다. 뚱뚱하다 vs. 깡마르다. 깊다 vs. 얇다. 무한하다 vs. 유한하다. 거대하다 vs. 아주작다.

크기(사이즈·Size)를 ‘측정’하기 시작한 현대사회 이전에는 크기의 표현은 매우 주관적이었다.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과학자이자 통계분석의 대가 바츨라프 스밀은 신간 ‘사이즈-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에서 “크기를 표현하는 서로 반대되는 말들은 중립적인 사례가 거의 없으며, 흡족함과 불편함, 강함과 약함, 성공과 실패, 두려움과 안도감과 같은 감정이 배어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크기를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된 이후로 분석이 가능해졌고, 많은 연구가 가능해졌다. 특히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키’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전개됐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책 표지

키에 대한 대표적인 선입관은 ‘키 큰 사람이 더 건강하고 더 영리하고 더 자신감 있고 교육 수준이 더 높고 사회 적응력이 더 뛰어나고 더 호감을 준다. 이런 자질을 바탕으로 키 큰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더 부유해지고 더 영향력을 지닌다’는 견해다.

저자 역시 키는 단순하면서 측정하기 쉬운 변수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삶에서 많은 측면을 정량화 하기에 유용한 지표라고 인정한다.

‘키의 유전적 잠재력은 유년기와 사춘기를 건강한 생활환경에서 보내고 만성 질환과 영양 결핍이 없을 때만 실현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저자는 “결국 키카 큰 사람은 건강하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전한다.

또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고 소득이 더 높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키가 더 컸으며, 국가 간 비교에서는 스웨덴과 네덜란드처럼 소득 분포가 평등한 나라의 아이들이 미국과 영국의 아이들보다 키가 더 컸음을 짚어낸다.

사춘기 이전 독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키와 학업 성취도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도출돼 키가 더 큰 아동일수록 김나지움(Gymnasium, 독일의 중등 교육기관)에 입학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소개한다.

심지어 키는 중국공산당의 권력 서열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남성의 키가 1cm 커질 때마다 공산당원이 될 확률이 0.05% 증가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공산당원은 비(非)당원 남성보다 소득이 약 11% 더 높다. 물론 키와 임금 사이는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 키에 토대를 둔 건강, 정신적 속성, 위험 선호 같은 요인을 거쳐서 드러난다.

하지만 키가 크다고 모든 게 좋은 것은 아니다. 새로운 연구들은 똑같이 건강한 식단과 생활 습관을 지킨다면 키가 작고 마른 사람이 키 큰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고 분석한다. 키가 1cm 커질 때마다 기대 수명이 0.4~0.7년 줄어든다는 연구가 각 국가에서 발표됐다.

키가 클수록 여러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잇따른다. 물론 이는 몸에 세포가 더 많을수록 그만큼 암 유발 돌연변이의 표적도 늘어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저자는 “키는 세포의 총수와 암 위험 증가를 잇는 대리 지표”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키 외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한 각종 분야의 여러 ‘사이즈’에 대해 조명한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도시는 어떤 규모를 유지해야 하는지, 인간이 가장 총명하기 위해서 뇌의 크기는 어떠해야 하는지, 비행기에서 승객의 편안함과 항공사의 수익성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이코노미석의 레그룸은 몇 cm여야 하는지, 미인의 얼굴을 규정하는 황금비(比)는 어떠한지 등을 살핀다.

사이즈-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바츨라프 스밀 지음·이한음 옮김/김영사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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