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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가조작은 마약”…위법 무자본M&A 10명 중 4명이 재범 [무한증식 개미지옥, 무자본M&A]
뉴스종합| 2024-07-21 07:01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림·신동윤 기자]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한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로 거액의 이익을 거두고 회사를 망치는 이른바 ‘기업사냥꾼’들의 만행이 금융 당국의 적발 후에도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범행으로 적발된 기업사냥꾼 중 절반가량이 또다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당국에 덜미를 잡히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무자본 M&A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5월) 무자본 M&A를 통해 불공정거래에 나섰다가 적발된 ‘기업사냥꾼’ 143명 중 41.3%에 달하는 59명은 과거에도 같은 행위로 적발된 전력이 있었다.

최근 5년간 적발된 143명의 불공정거래 적발자 중 금융감독원이 수사기관에 ‘고발’, ‘통보’한 인원은 각각 56명, 87명이었고, 과징금 조치한 인원은 7명이었다.

무자본 M&A는 자기 자본 없이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지만 무리한 시세차익 추구로 허위사실 유포, 시세 조종 등 자본시장법상 금지 행위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인수된 기업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하거나 상장 폐지까지 되는 사례도 있어 불법 무자본 M&A 관련자들을 ‘기업사냥꾼’으로도 부른다.

지난 2020년 45건에 달했던 무자본 M&A 불공정거래 혐의자 수는 2021년 31명, 2022년 17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작년 들어선 46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일명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졌던 2020년보다도 적발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앞서 지난 2020년 펀드 환매 중지 사태를 일으키며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를 안긴 바 있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투자 자금이 공통적으로 무자본 M&A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실제로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A 씨와 B 씨는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약 1000억원을 지원받아 코스닥 상장사 두 곳을 인수했다. 이들은 두 회사 자금 470억원을 횡령, 전문 시세조종업자에게 수십억원을 제공한 뒤 인수 기업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켜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 등을 받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23년의 경우 무자본 M&A 등 각종 테마 관련 복합 불공정거래 사건이 증가하면서 부정거래 관련 혐의자 적발 건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23년의 경우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해 주가를 조작했던 일명 ‘라덕연 사태’와 더불어 ‘2차전지 투자붐’에 따른 주가 과열 양상을 악용한 불공정거래자들이 꼬리를 밟힌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무자본 M&A 관련 불공정거래는 최근 5년간 총 23건 발생했다. 기업사냥꾼들이 이 같은 행위를 통해 편취한 부당 이익의 총액은 1776억원에 달한다. 연간 355억원이 넘는 금액만큼 개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자본 M&A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부정거래’와 ‘허위공시 등 공시위반(지분보고 등)’이 각각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시세 조종’ 8건, ‘미공개 정보 이용’ 6건이 그 뒤를 이었다.

강훈식 의원은 “시장 투명성을 저해하는 무자본 M&A 관련 불공정거래로 인해 일반 주주들의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에 시장 모니터링 강화를 촉구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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