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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현지 맞춤형·미래 전동화 ‘투트랙 전략’…세계 3위 인도 시장서 쾌속 질주 [헬로 인디아]
뉴스종합| 2024-07-21 09:01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차량이 제작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중국과 미국에 이어 ‘빅3’ 대열에 오른 인도 시장에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양사는 전동화 생산 기지 구축, 현지 배터리 기업과의 협업, 시장 특화 모델 출시 등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토대로 연간 500만대 규모까지 성장한 ‘기회의 땅’ 인도에서 빠르게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2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인도 시장 진출 이후 매년 판매량과 점유율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도 이 같은 상승세가 진행형이다.

현대차는 상반기(1~6월) 인도 시장에서 모두 30만9772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난 수치로 역대 상반기 판매 기준 사상 최대치다. 현대차의 인도 시장 판매량은 지난 2016년 50만539대를 기록한 이후 2021년 68만6616대로 연간 60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22년 80만7067대, 지난해 85만7111대를 판매,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 역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2019년 8월 인도 시장 진출 이후 올해 6월 말 기준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는 데 성공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7월 현지 공장 누적 생산 100만대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지 1년 만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 뱅갈루루 공장 직원이 차량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기아 제공]

현대차·기아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0.8%(양사 합산 85만7111대)로 일본과 인도 합작사인 마루티스즈키(41.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지난해 대비 3.9% 늘어난 89만2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시장 지배력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현지화 전략 실행에 고삐를 당겨 ‘인도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이다.

먼저 현대차는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에 20만대 이상 규모의 신공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푸네 공장을 첨단 생산 기지로 재탄생시켜,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전동화 전환도 순항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는 올해 말 첸나이공장에서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양산을 시작으로 오는 2030년까지 모두 5종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한다. 기아 역시 2025년부터 현지 맞춤형 소형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인도의 유력 배터리 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배터리셀 현지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전반에 대한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현지 전동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월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발언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아울러 현대차는 인도법인 현대모터 인디아의 IPO도 추진 중이다. 현대모터 인디아는 지난달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 서류를 제출,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현대차가 해외에 보유한 법인의 IPO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에서는 상장을 통해 25억~30억달러(약 3조4000억~4조원)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는 확보한 자금을 전기차 개발·생산 및 충전 인프라 구축 등 현지화 전략을 실행하는 데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 현장에서 IPO 추진 배경과 관련해 “현대차가 인도에 진출한 지 28년이 됐고,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한 재원확보는 매우 중요하다”며 “시장 성장성을 고려할 때 인도는 매우 중요한 곳으로 현지에서 가장 국민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IPO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가 인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높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잠재력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시장 규모는 500만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다. 이 가운데 승용차 시장은 410만대 규모로, 오는 2030년에는 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기아 전동화부품구매사업부 정덕교(왼쪽부터) 상무, 엑사이드 에너지 CEO 만다르 브이 데오,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양희원 사장이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특히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펴고 있다. 올해부터는 ‘최소 5억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고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로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현대차·기아가 전동화에 적극 나서는 것 역시 인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4월 현대차 인도권역본부에서 가진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권역 중 하나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세계 경제 침체와 공급망 대란 등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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