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
  “엔지니어 아닌 사업으로 키울 AI워리어 필요”
  “상의차원 AI전략보고서 작성, 정부 건의”
  “반도체공장 하나 짓는데 20조, 번돈만으로 부족”
  “가업승계, 일률적 상속세아닌 기업에 여러 선택지 줘야”
  “미 대선 트럼프는 경제부양, 바이든은 정책안정”　　　　
  “경제, 안보 등 감안 한일관계 손잡고 가야“
  “애들만난 내용 회자 가슴아파, 자주 이야기 나눠”　

[헤럴드경제(제주)=권남근 기자] “우리나라가 성장하려면 하루빨리 AI워리어(전사)를 키워야 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요즘 SK그룹은 물론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이에 대한 대비로 가장 많이 생각하는 분야가 바로 AI(인공지능)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때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국가경제를 위한 AI육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19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때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AI육성을 위해 데이터를 만들고,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들고 사람을 기르자”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제공]

최 회장은 “국가전략 중 후회하지 않을 몇가지 일을 선제적으로 하는 게 중요한데, 그중 우선적으로 필요한 게 AI데이터센터부터 AI와 관계된 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드는 일이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특히 기술인력 느낌의 엔지니어가 아닌 AI를 이해하고 이를 사업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가진 AI전사를 키워야 한다”며 “지금은 학교시스템을 만들 듯, AI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들어 AI전사들이 일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전사를 기르면 결국 그들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 씨앗이 될 것”이라며 “AI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이에 대처할 이들이 많아야 한국이 죽지 않는다”고 했다.

최 회장은 아울러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아마존, 구글도 들어와서 데이터센터 일부를 쓰게하고, 남는 부분은 시민과 학생들에게 AI를 열어줘서 연산 혹은 모델을 만들고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차원에서도 ▷데이터 수집 ▷AI 애플리케이션 개발 문제 등 AI관련 전략을 총체적으로 담은 ‘대한민국 AI전략 보고서’를 연내에 만들어 정부에 건의하고 외부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 추진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역시 AI시대에 대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 등에 엄청난 에너지(전기)가 들어가는데 양사의 시너지를 통해 문제를 풀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사업과 SK E&S의 재생에너지, 수소 사업 등이 상호보완적으로 결합해 전기 수요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갈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에 대해서는 반도체산업 지원 및 가업승계와 관련된 상속세 개편 등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공장을 하나 새로 짓는 데만 대략 20조원이 들어간다”며 “문제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돈보다 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공정이 고도화하면서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다보니, 세제지원만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이 그런 이유에서 투자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우리도 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HBM(고대역폭메모리)에 투자가 너무 과격하고 많이 들어간다”며 “이러다가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일어나면 배터리와 똑같은 상황이 여기서 안 일어나리라는 법이 없기에 이런 것을 잘 넘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업승계와 관련된 상속세에 대해서는 단순 세율인하가 아니라 기업에 여러 선택지를 주는 등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춰 줄테니 일률적으로 ‘세금을 내라’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의 상황에 맞게 여러가지 승계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기업을 좋게 만들고 경제가 성장해야 하는 방향으로 상속세도 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22대 국회에서도 “달라진 상황에 맞는 새로운 균형감각으로 법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19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때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제가 제일 걱정하는 이유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반도체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이 ‘알아서 혼자서 하라’고 두지 말고 뭔가를 계속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제공]

11월 미 대선 전망과 관련해서는 예상 당선자별로 각각의 장단점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경제부양에 더 초점을 맞추기는 하겠지만,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의) 발언과 달리 실행과정에 들어가면 다른 대안을 (밑에있는 참모진들이) 충분히 제시할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기존 정책을 이어가는 만큼 안정성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두사람 중 누가되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AI육성은 이어갈 것이고 대중국 정책 또한 안바뀔 것”이라며 “환경관련 산업이나 정책에는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어느정도일 지는 지금으로선 예측하긴 어렵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반도체법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와관련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건립을 추진 중인 공장에 대해 최 회장은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첨단 패키징 공장 건립이며,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도 아니다”며 “만약 미국이 보조금을 안준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지금의 지정학적 상황에서는 ‘좋다, 싫다’가 아니라 ‘필요하다, 아니다’를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의 경제, 안보, 사회문제 해결 등을 감안하면 일본과 손잡고 보조를 맞춰가는 것이 (한국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얼마 전 최 회장이 아들 인근 씨와 만난 것이 회자된 것에 대해 “아들하고 밥먹는 모습을 이상하게 보는 상황이 생겼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며 “아들 뿐 아니라, 미국에 있는 둘째딸(민정)과도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는 등 애들하고는 아주 잘 지내고, 미래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