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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국시 ‘보이콧’에 손놓은 교수들…“설득 못해, 개인 선택”
뉴스종합| 2024-07-24 09:35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사물함 위에 가운이 올려져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의대생들의 생각이 어떤지 물어보면, 설득의 ‘설’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용수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

의대생 대부분이 의사 선발 국가시험(국시)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의대 교수 등 의료계 내부에선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는 물론 올해 수업 복귀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국시 보이콧에 교수들 관망…“개인 선택”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가운을 든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연합]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의대에선 교수와 학생 간 대화가 계속되고는 있지만, 국시 응시나 수업 복귀 등을 위한 설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대 의대는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학생 대표와 매주 만나고 있지만 올해는 수업에 복귀할 수 없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국시 응시와 관련 학생들의 상황 변동은 딱히 없다”며 “학생들은 올해는 당연히 휴학이고, 시험 응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생들은 올해는 사실상 휴학 상태인 것으로 간주하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집단행동을 명분으로 한 휴학은 허가할 수 없다고 강조해온 정부 방침과는 상반되는 방향이다. 안석균 연세대의대 비대위원장은 “휴학을 신청했는데 무슨 시험을 치겠느냐”며 “국시 거부는 각자 알아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들은 올해 수업을 거부해온 만큼, 시험도 당연히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시 대상인 본과 4학년의 경우 국시 시험에 대응하는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생 대부분이 이를 듣지 않았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무슨 시험을 치냐는 게 학생들 반응이고, 교수 입장에서도 시험을 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응시를 해봤자 실기 시험에서 모두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 학부모들도 “약해지면 안 돼” 보이콧 독려
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 주최로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열린 의대 정원 백지화 촉구 집회에서 학부모들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정책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며, 유급 불허·편법 학점 부여 정책 등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생 학부모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의대생 학부모 모임(의학모)’에서도 국시 거부를 독려하는 취지의 댓글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회원 A씨는 “약해지면 안 된다. 지금까지 힘든 여정을 함께 했는데 국시 거부가 맞다”고 말했다. 회원 B씨는 “배운 게 없어 국시 못 친다. 본4(본과 4학년)는 국시 자격 요건 미달이다”라고 했다.

한편 의학모를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 전국의과대학학부모연합은 전날 세종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하라는 호소문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의대 학칙을 바꿔가며 유급, 휴학을 막지 말아달라”며 “진급을 위한 특례 조치는 대학 교육 전체를 망치는 것”이라고 했다.

내년 신규 의사를 선발하기 위한 제89회 의사 국시 실기 시험 응시 원서 접수 일정은 오는 26일까지 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국시 접수를 한 뒤 오는 9~11월 실기 시험, 내년 1월 필기 시험을 차례로 치러야 한다. 그러나 의대생 대부분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집단 행동의 일환으로 국시 응시를 거부하고 있다.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에 이어 국시도 거부할 경우 매년 3000명 규모로 배출되던 신규 의사 공급이 끊긴다. 교육부는 앞서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복지부와 국시 추가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국시 추가 시행은 이미 전례가 있다. 지난 2020년에도 의대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국시를 거부하면서, 정부는 2021년 국시를 두 차례에 나눠 치른 바 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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