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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예견된 참사’ 큐텐, 티몬 인수 직전 연간 1000억 적자
뉴스종합| 2024-07-25 08:51
큐텐 본사가 위치한 싱가포르 게이트웨이 빌딩 [구글 캡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큐텐이 티몬을 인수할 당시 연간 1000억원 수준의 적자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티몬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적자 기업이 무리하게 적자 기업 인수를 강행했다는 의미다.

큐텐의 구체적인 실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적자 경영을 하던 큐텐이 나스닥 상장만을 목표로 무리하게 부실기업을 인수합병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5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큐텐의 티몬 인수 직전연도(2021년) 실적에 따르면, 당시 큐텐의 적자 규모는 한 해에만 948억원(이하 한화 기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도 -27.43%로 심각했다.

강남구 티몬 본사. [연합]

2021년뿐 아니다. 2019년, 2020년에도 각각 영업손실이 756억원, 1168억원에 달했다. 즉, 2022년 티몬을 인수하기 직전까지 매년 적자가 누적됐다는 의미다.

적자가 누적되는 사이 매출은 오히려 1179억원에서 3456억원으로 증가했다. 내실 없이 외형만 키웠던 셈이다. 그 결과, 티몬 인수 직전연도까지 큐텐의 누적 손실액은 4299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큐텐이 티몬을 인수할 당시 티몬은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였다. 하지만 이를 인수한 큐텐 역시 이미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문제는 인수 당시 이 같은 정황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큐텐은 기본적인 인수방식이나 투자 규모 등도 모두 공식적으로 함구했고, 현금 지급이 없는 지분교환으로 인수가 진행될 것이란 업계 추측만 무성했다.

당시 큐텐의 적자 경영 상황을 감안해보면, 지분교환에 따른 티몬 인수는 사실상 유일한 인수 방안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큐텐의 재무 상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데에는 구영배 큐텐 대표에 대한 신뢰도 한몫했다. 구 대표는 국내 최초 오픈마켓 G마켓(지마켓) 창업자로, ‘1세대 이커머스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2009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하곤 ‘한국 10년간 겸업 금지’ 조항에 따라 싱가포르로 이동, 큐텐 사업을 시작했다.

구 대표가 설립했다는 것 외에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구 대표가 워낙 ‘신화적 인물’로 평가받은 탓에 그가 티몬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의심보단 기대감이 컸다.

[큐텐 홈페이지 캡쳐]

구 대표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티몬에 이어 쉴 틈 없이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위시, AK몰 등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단기간에 대규모 인수를 연이어 단행하면서 나스닥 상장만을 목표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는 우려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무리하게 인수한 기업들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한 채 유동성 위기에 직면, 결국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로까지 비화됐다.

티몬과 위메프·인터파크 등 큐텐그룹 계열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파트너사는 모두 6만곳에 이른다. 이들 3개사의 연간 거래액도 작년 기준 6조9000억원에 달한다. 정산 지연 사태의 피해 규모는 현재로선 가늠조차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큐텐그룹의 대책이 중요한 시점인데, 최근 위시 인수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만큼 큐텐그룹의 현금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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