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수장교체’ 앞둔 경찰에 잇따른 투신·사망 비보…“얼마나 죽어야 되나” 분위기도
뉴스종합| 2024-07-29 08:34
‘수장교체’를 앞둔 경찰에서 한 달 새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쓰러지거나 극단 선택을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실적 압박과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찰 마크.[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수장교체’를 앞둔 경찰에서 한 달 새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쓰러지거나 극단 선택을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실적 압박과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직 경찰관은 113명으로 파악됐다. 연도별 경찰관 자살자 수는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이다. 이들 가운데 순직이 인정된 ​경찰관은 12명에 그친다.

이달에도 경찰의 사망·투신 관련 비보가 이어졌다. 지난 18일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소속 30대 A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경위는 평소 주변에 ‘과로’를 호소했고, 사망 전 업무 부담에 따른 고충 등을 이유로 부서 이동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에는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안보계 소속 20대 B 경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B 경사도 평소 가족들에게 업무 과중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일 사무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서울 동작경찰서 경무과 소속 40대 C 경감은 이날 숨졌다. 지난 26일 서울 혜화경찰서 수사과 소속 40대 D 경감이 동작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벌어질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분위기다. 서울 중심관서에서 일하는 한 경찰은 “얼마나 더 죽어야 썩은 내부가 바뀔지 모르겠다”라며 “오죽하면 내부에서 ‘경찰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경찰은 관악서 경위 죽음과 관련해 근조화환을 보내는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주변에서 ‘사방이 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판국”이라며 “젊은 경찰들의 죽음은 경찰 시스템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제대로 된 수사 교육 시스템도 없는데, 문제 제기도 못하는 이 시스템 속에서 누가 견딜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지난 27일 성명서에서 “초임 수사관의 자살 선택 이면에는 경찰 수사 현장의 심각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며 “실적 위주 평가와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신설에 따른 조직 개편으로 인한 현장인력 부족은 수사 경찰의 업무에 더 어려움을 겪게 했다”고 했다.

이어 “경찰청장은 실적 위주 성과평가를 즉각 중단하고 인력을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정문 앞에서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시위를 이어간다.

차기 경찰청장에 내정된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생명 빌딩에서 열린 경찰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비판이 이어지자 경찰청장은 긴급 지시로 ‘현장 근무 여건 실태진단팀’을 꾸리기로 했다. 경찰청은 지난 26일 “연이어 발생한 경찰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밀한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며 “현장 근무 여건 실태진단팀을 꾸려 구조적 문제점을 살펴보고 근무 여건 개선을 비롯한 사기진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오전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조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현 경찰 구성원의 업무강도가 적정하다고 판단하느냐’는 질의에 “다소 과중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향후 면밀히 직무 진단을 통해 불필요한 업무 경감, 인력 재배치 등 치안 현장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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