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큐텐테크, 구영배 대표 경업금지 피해 설립한 그룹 중추
‘캡티브 물량’ 토대로 승승장구…외형·수익 견인
투자금·대여금 형태로 자금 순환고리 형성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큐텐그룹 판매대금 돌려막기 사태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곳은 큐텐그룹 계열사 큐텐테크놀로지(이하 큐텐테크)다. 자금운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큐텐테크는 수년간 내부거래(캡티브)로 성장해 계열사를 통해 번 돈을 투자회사에 집행하며 사세를 키웠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전담 검사반을 최근 큐텐테크에 파견해 전산자료를 확보하는 등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자금흐름을 추적하기 위한 인력을 파견해 검찰 등 수사당국 지원에 나섰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큐텐테크에서 그룹 자금을 관리했다며 판매대금 행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구 대표 등 큐텐그룹 경영진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큐텐테크 재무본부장”이라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재무본부장은 연락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현안질의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큐텐테크는 큐텐그룹의 ‘뿌리’와도 같다. 앞서 2009년 G마켓을 매각한 구 대표는 경업금지 조항으로 인해 국내서 이커머스 사업에 손댈 수 없었고, 이에 싱가포르로 터전을 옮겼다. 이후 이듬해 이베이와 51대 49로 합작해 설립한 회사가 큐텐테크(옛 지오시스)다.
구 대표가 이커머스 간판을 바꿔달고 새출발에 나서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2년 큐텐그룹이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을 출범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큐텐테크가 자리했다. 큐텐테크를 통해 큐텐을 선보인 구 대표는 사업 확장과 동시에 거버넌스의 변화도 꾀했다. 여러 단계의 지분교환을 거쳐 싱가포르 큐텐 본사가 큐텐테크 지분 100%를 소유하는 지배구조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큐텐테크는 그룹 내부에서 창출한 물량에 기대 외형을 불리고 수익을 내며 성장했다. 지난해 큐텐테크 매출 약 99%가 큐텐그룹 계열사에서 나왔을 정도다. 큐텐테크가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큐익스프레스 등 계열사에 소프트웨어 자문, 개발 및 공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2020년 약 227억원에 불과했던 큐텐테크 매출은 지난해 약 2.5배 늘어난 567억원 상당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12.7배 폭증했다. 큐텐테크의 직원수 또한 2022년 227명에서 지난해 626명으로 늘며 그룹사 인력이 한 데 모인 상태다.
특징적인 대목은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조성한 펀드의 출자자(LP)로도 큐텐테크가 나섰다는 점이다. 계열사를 통해 번 돈을 투자회사에 집행하며 투자수익을 꾀하려던 것으로 풀이된다.
큐텐테크는 모 사모펀드사가 2018년 조성한 성장지원펀드에 출자금을 대 펀드 지분 43.84%를 확보했다. 주요출자자(앵커LP)는 한국산업은행으로 정책자금 또한 섞여있는 펀드다. 큐텐테크는 결성액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을 펀드에 약정한 이후에 사모펀드사으로부터 5% 금리로 약 5억원을 단기차입하며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이 기간 큐텐테크의 현금곳간은 그리 넉넉치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큐텐테크는 싱가포르 큐텐 본사뿐만 아니라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등 그룹 계열사뿐만 아니라 메이슨캐피탈 등 외부로부터도 차입금을 조달하며 전방위로 자금을 빌리던 상황이었다. 그룹 내외부에 손을 벌릴 정도로 자금상황이 여의치 않았지만 큐텐테크는 2021년에도 이 사모펀드가 조성한 신규 펀드에 출자금을 댔다.
이 사모펀드사는 싱가포르 큐텐이 발행한 신주를 매입하며 우선주 기준 1대주주(41.6%)에 오른 투자사이기도 하다. 수년간에 걸쳐 투자금·대여금 형태로 ‘큐텐 계열사→사모펀드→싱가포르 큐텐(그룹 지주사)→큐텐 계열사’ 등 자금 순환고리를 형성해 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에서는 양사가 주고받은 금액이 200억~300억원 등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aret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