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안전펜스 부딪힐 당시 속도 107㎞/h
  “차씨, 마지막에서야 발 바꿔 브레이크 밟아”

시청역 역주행 사고 가해차량 운전자 차모 씨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경찰은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가해차량 운전자 차모(68) 씨가 사고 전 ‘풀액셀’을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 차씨는 인도로 돌진한 이유에 대해선 경찰에 “(인도에 설치된) 울타리를 충격하면 속도가 줄어들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1일 오전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으나 피의자의 주장과 달리 운전 조작 미숙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가속장치·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기록장치(EDR) 또한 정상적으로 기록되고 있었다고 한다. EDR 분석에 따르면 제동 페달(브레이크)은 사고 발생 5.0초 전부터 사고 발생 시(0.0초)까지 작동되지 않았다.

반면 차씨는 3차례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서장은 “(피의자는)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하는데 브레이크 밟은 기록은 없고 대신 액셀 변위량은 최대 99%(풀액셀)에서 0%까지로 (액셀을)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

이어 “인도 돌진 후 마지막에 BMW 차량과 부딪히고 난 이후에야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나왔다”며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아닌 (차씨가) 브레이크와 액셀을 착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에서야 발을 바꿔서 (브레이크를) 밟은 것”고 했다. 실제 사고 당시 피의자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확인된 정형 문양이 액셀과 상호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차씨는 이러한 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면서 “나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다만 경찰은 따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실시하지는 않았다.

국과수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서 차량 최고 속도는 107㎞/h로 인도로 돌진했을 때 속도가 가장 빨랐다고 한다. 차씨는 경찰 조사에서 “울타리를 충격하면 속도가 줄어들 줄 알았다. (인도로 돌진했을 때 보행자들은) 못 봤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오전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업무상 과실치사상)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차씨는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차씨는 지난달 1일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빠져나오다가 가속해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차씨 부부 등 7명이 다쳤다.

경찰은 차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과 블랙박스, EDR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사고현장 주변의 CCTV 12대와 블랙박스 4대 등도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