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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엔저, 끝났다’…엔화강세에 원엔환율 900원대로[머니뭐니]
뉴스종합| 2024-08-01 16:17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슈퍼엔저’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일본 기준금리가 오른 것은 물론 추가 상승여력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하까지 겹치면 미일 금리격차는 급속도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 기준금리 하락에 발맞춰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더라도 두 나라 사이 금리 격차는 좁혀지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원화가치 상승이 엔화가치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과거와 같이 낮은 원·엔 환율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금리 올린 일본은행, 추가 인상 가능성도 충분하다

1일 엔·달러 환율은 149엔 초반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가파른 하락세다. 지난 11일만 해도 161.8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24일 151.94엔을 찍었고, 급기야 150엔대 밑으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엔화를 겨냥해 약세를 용납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뒤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엔화 가치는 기준금리 인상을 타고 더 상승하고 있다.

일본은행(BOJ)는 전날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0.25% 정도로 인상키로 했다. BOJ는 지난 3월 연 -0.1%였던 단기 정책금리를 올려 연 0.0∼0.1% 정도로 유도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 2월 도입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8년 만에 끝냈다. 이후 4개월만에 다시 금리를 올렸다.

추가적인 상향 가능성도 충분하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정책금리 변경 후에도 실질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라며 추가 인상 여지를 시사했다.

그는 이날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연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실질금리가 극히 낮은 수준에 있는 점에 입각하면 이번에 제시한 경제와 물가 전망치가 실현된다고 할 경우 거기에 맞춰 계속 정책금리를 올려 금융완화 수준을 조정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美금리 내리면, 韓도 인하…돌아오기 힘든 ‘슈퍼엔저’

엔화와 통상 동조하는 우리나라 원·달러 환율도 이에 일부 하락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8.8원 내린 1376.5원을 나타냈다. 원화가치가 소폭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엔화가치 오름세에 미치진 못하면서 원·엔 환율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엔화가치에 비해 원화가치가 비교적 낮아진 것이다.

이날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0.88원을 기록했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인 894.23원보다 6.65원 올랐다. 원·엔 환율 800원대를 유지했던 슈퍼엔저 시대가 끝나가는 모양새다.

앞으로도 슈퍼엔저가 다시 찾아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미일 금리차는 좁아질 가능성이 충분한 반면, 우리나라는 비교적 그렇지 않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동조해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낮아질 가능성이 아직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그렇게 믿고 있고, 대출금리도 실제로 낮아지고 있다.

금리수준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7월 95를 기록했다. 2020년 10월(95) 이후 3년 9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내릴 것”이라고 대답한 소비자가 상승을 예상한 소비자보다 많으면 100을 하회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3.71%)과 일반 신용대출(6.04%)이 각 0.20%포인트, 0.07%포인트 떨어졌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
미국 대선 이후 환율 향방은…‘시계제로’

그러나 긴 안목에서 환율시장 향방을 예측하긴 어렵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환율 행방은 더 종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 강달러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와 달리 정책 내용은 대부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달러강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은 관세 인상이다. 그는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에 달하는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관세 인상은 직접적인 수입물가 인상 요인이다. 인플레이션이 억제되지 않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경로는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대규모 감세도 마찬가지다. 감세를 하게 되면 재정이 부족하게 되고 결국 국채를 더 찍어내야 한다. 금리 상방 요인이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달러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줄곧 내놓고 있다. 요약하면 금리는 내리지 않지만, 달러는 약세로 가져가겠단 것이다. 시장의 힘으론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이에 일각에선 ‘플라자 합의’와 같은 인위적 방식이 시도되지 않겠느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김정식 교수는 “시장의 힘으로 안되면 플라자 합의와 같이 강제로 개입해 환율을 움직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22일 미국, 일본, 프랑스, 서독, 영국 재무장관이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남단 5번가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에서 진행한 환율 조정 합의다. 미국이 인위적으로 달러의 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 화폐 가치를 올리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엔화 가치가 급속도로 올라가는 결과를 낳았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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