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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강세에 ‘100엔=900원대’로
뉴스종합| 2024-08-02 11:25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

‘슈퍼엔저’시대가 저물고 있다. 일본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방향키를 튼 데다, 미국이 금리인하에 나서면 미·일 금리격차는 급속도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을 뒤따라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원화가치 상승이 엔화가치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과거와 같이 낮은 원·엔 환율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금리 올린 일본은행, 추가 인상 가능성도 충분=2일 엔·달러 환율은 149엔 초반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가파른 하락세다. 지난 11일만 해도 161.8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24일 151.94엔을 찍었고, 급기야 150엔대 밑으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엔화 약세를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뒤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을 타고 더 상승하고 있다.

BOJ는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0∼0.1% 정도’에서 ‘0.25% 정도’로 인상키로 했다. 지난 3월 -0.1%였던 단기 정책금리를 올리며 2016년 2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8년 만에 끝낸 데 이어 4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추가적인 상향 가능성도 충분하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정책금리 변경 후에도 실질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라며 추가 인상 여지를 시사했다.

▶美금리 내리면, 韓도 인하...돌아오기 힘든 ‘슈퍼엔저’=통상 엔화와 동조하는 원화가치도 소폭 상승하고 있다. 전날 오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3원 내린 1366.2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엔화가치 오름세에 미치진 못하면서 원/엔 환율은 상승했다. 원/엔 재정환율(종가 기준)은 BOJ가 금리인상을 단행한 지난달 31일 100엔당 900원선을 넘어서더니 전날엔 910.71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 800원대를 유지했던 슈퍼엔저 시대가 끝나가는 모양새다.

앞으로도 슈퍼엔저가 다시 찾아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미·일 금리차는 좁아질 가능성이 충분한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 금리인하에 동조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현 수준의 한·미 금리차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이후 환율 향방은...‘시계제로’=그러나 긴 안목에서 환율시장 향방을 예측하긴 어렵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환율 행방은 더 종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 강달러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와 달리 정책 내용은 대부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달러강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은 관세 인상인데, 이는 직접적인 수입물가 인상 요인이다. 인플레이션이 억제되지 않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경로는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대규모 감세도 마찬가지다. 감세를 하게 되면 재정이 부족해져 결국 국채를 더 찍어내야 한다. 금리 상방 요인이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달러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줄곧 내놓고 있다. 요약하면 금리는 내리지 않지만, 달러는 약세로 가져가겠단 것이다. 시장의 힘만으론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이에 일각에선 ‘플라자 합의’와 같은 인위적 방식이 시도되지 않겠느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김정식 교수는 “시장의 힘으로 안되면 플라자 합의와 같이 강제로 개입해 환율을 움직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미국·일본·프랑스·서독·영국 간 이뤄진 환율 조정 합의로, 달러가치를 낮추기 위해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를 올리는 걸 골자로 한다. 엔화가치가 급속도로 올라가는 결과를 낳았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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