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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 “원전 1조 투자” 밥캣·로보틱스 “자동화 선점”
뉴스종합| 2024-08-05 11:27
박지원(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회장과 클라우스 요하니스(오른쪽) 루마니아 대통령이 지난 4월 두산에너빌리티 경남 창원 본사에서 SMR(소형모듈원자로)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에너빌리티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확보되는 1조원에 달하는 투자여력을 원자력 발전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달 체코 원전 수주에 이어 폴란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 신규 원전 수주가 기대되는 만큼 원전 사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두산밥캣의 경우 무인화·전동화 시장 선점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두산로보틱스는 5년 내 매출 1조원 달성을 기대효과로 제시했다. 사업 재편을 통해 3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윈윈(win-win)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3개사는 5일, 대표이사 명의로 일제히 주주서한을 내고 주주와 적극 소통에 나섰다. 주주서한은 임시주주총회 참석 대상 주주 명부가 확보되는 이날 발송을 개시한다.

3사 대표들은 서한에서 각 사의 사업 환경과 시장 트렌드, 경쟁사 동향, 미래 전망 등을 놓고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달성하려는 성장 전략을 설명했다. 특히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원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11일 두산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이후 내년 상반기경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각 사 비즈니스 밸류를 높여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깊은 고민과 검토 끝에 내놓은 사업 재편 방안인데 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이 나와서 여러 경로로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며 “이번 사안의 가장 당사자인 주주들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주주들과 더욱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분할을 포함한 이번 사업구조 개편을 마치면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비영업용 자산 처분을 통한 현금 5000억원 확보 등의 재무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생산설비 증설에 신속히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상현 대표는 서한에서 “향후 5년 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소형모듈원전(SMR)도 최근 인공지능(AI)를 위한 전력 수요의 유력한 대안으로 대두되면서 회사가 수립한 5년 간 62기 수주 목표를 대폭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재 계획된 수주는 회사의 원자력 주기기 제작 용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며 “신기술 확보 및 적시의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현금 확보와 더불어 추가 차입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두산밥캣 분할 시 배당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확보하는 1조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율로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분할비율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러우나 분할 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수는 25% 감소하는 반면 기업가치는 10%만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따라서 재상장 시점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의 주당 가치는 두 비율의 차이만큼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두산밥캣은 주력 사업영역인 건설, 조경, 농업, 물류 분야의 소형장비 사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AI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 트렌드’가 이번 사업재편 추진의 배경임을 밝혔다.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는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에 필수 요소가 될 무인화·자동화를 위해 당사를 비롯한 선도업체들은 미래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로보틱스회사들과의 협력 또는 인수, 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건설장비 분야 글로벌 1위 캐터필러의 2020년 마블로봇 인수 ▷농업장비 글로벌 1위 디어앤컴퍼니의 2021년 베어 플래그 로보틱스 인수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이어 “산업용 자율주행 장비 시장은 2031년 8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기존 제품들의 로봇화가 필수적”이라며 “두산밥캣도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과의 기술적 협력을 추진해 오던 중 두산로보틱스와의 통합이 효과적 방안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핵심쟁점인 주식교환 비율에 대해서는 “법에서도 상장법인 간 포괄적주식교환(합병 포함) 시 시가 대 시가로만 교환비율을 산정하게 돼있다”며 “양사의 교환 가액인 두산로보틱스 8만114원, 두산밥캣 5만612원은 두 회사의 2024년 평균주가(두산로보틱스 8만564원, 두산밥캣 5만1041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 이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게 되는 자사주를 전부 소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로봇의 최대 시장인 북미, 유럽 시장에서 압도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고객 접점이 현재 대비 약 3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시장 규모 약 10조 이상인 자율주행 로봇과 자율주행 무인 지게차에 공동으로 진출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양사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시점에 제시한 3년 뒤 매출 목표 대비 50%의 추가 성장이 가능해지면서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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