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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에 휩쓸린 韓 증시…코스피·코스닥 서킷브레이커 발동 [투자360]
뉴스종합| 2024-08-05 14:34
코스피가 미국 경기 침체 공포를 반영하면서 2거래일 연속 2% 넘게 하락 출발하며 2,600선 붕괴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발(發) ‘R(Recession·침체)의 공포’에 휩싸인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장중 8% 넘게 급락하면서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CB)가 발동됐다. 지금까지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주) 종목까지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따른 조정장이 본격화하면서 시장 전체가 공포심에 휘둘리면서 코스피 2500선이 무너지고, 코스닥 지수도 700선이 위협을 받는 등 급격히 주저 앉는 모양새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20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지금껏 기록한 장중 최대 낙폭은 지난 2011년 8월 9일 -184.77포인트다. 종가 기준 하락폭이 147.35포인트를 넘어설 경우 종가 기준 낙폭 역시 사상 최대치를 찍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2시 14분 30초부터 20분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코스피가 전일 종가 지수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하는 서킷브레이커의 발동요건을 충족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거래가 일시 중단됐으며, 주식 관련 선물·옵션 시장의 거래도 중단됐다.

코스피는 발동 당시 전장보다 216.97포인트(8.10%) 내린 2,676.19를 나타냈다.

앞서 오후 1시 56분부터는 코스닥지수가 8% 넘게 내리면서 20분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지수는 발동 당시인 오후 1시 56분 10초 전 거래일보다 62.81포인트(8.06%) 내린 716.53을 나타냈다.

서킷브레이커 1단계 발동시 주식 거래가 20분간 중단되고, 이후 10분간 단일가 매매로 거래가 재개된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앞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국내 증시가 최악의 하루를 맞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 하락률인 3.65%를 기록했지만, 장 마감 때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시가총액 상위 200위권 종목은 모두 내리고 있다. 코스피 상장 종목 중 916개 종목이 하락 중이고, 18개 종목만 오르고 있다. 코스피 전체 종목 중 98%가 내리고 있는 셈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55.74포인트(7.15%) 내린 723.59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857억원, 675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고, 개인은 2572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 종목 중 1625개가 내리고 있고, 35개 종목이 오르고 있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이날 오전 장중 한때 7%대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급락은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 밖으로 부진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시작됐다. 연이어 공개된 미국 7월 실업률도 약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면서 ‘삼의 법칙’이 발동됐다는 진단이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0%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이라는 클라우디아 삼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한 법칙이다.

주말에는 AI 반도체 랠리를 이끌어온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블랙웰이 설계 결함으로 인해 생산이 지연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악재가 누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공포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증시 바닥을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다수 전문가들도 이날 개장에 앞서 코스피 2550~2620선을 지지선으로 봤으나, 벌써 이날 오전 장중 지수가 2540선마저 무너졌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수준이 경기침체 수준임을 고려하면 코스피 기준 2500 초반대가 바닥일 것”이라며 “그 수준까지 하락하면 다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급락이 실제 경제 상황을 반영했다기보다는 과도한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데 의견이 대체로 모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500선 중반까지 내려온 만큼 추가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워낙 공포심리가 팽배한 데 따른 등락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현시점 유효한 투자 전략으로는 “워낙 단기 급락 중이라 추격 매도에도 실익이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을 관망할 것을 추천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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