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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먼데이’ 美 증시 2년 만에 최대 폭락…‘공포’에 새파랗게 질린 글로벌 증시 [투자360]
뉴스종합| 2024-08-06 08:09
[AFP, 로이터, EPA,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R(Recession, 침체)의 공포’에 뒤덮인 미국 뉴욕증시도 ‘블랙 먼데이(Black Monday, 검은 월요일)’를 피할 수 없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면서다. 이날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유럽 증시까지도 미국발(發) ‘R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 코스피 지수를 비롯해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 대만 자취안(加權)지수 등 주요 아시아 증시가 전날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한 가운데, 하락세가 더 커지고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투심이 주목하는 분위기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인 대비 1033.99포인트(-2.60%) 내린 3만8703.27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0.23포인트(-3.00%) 내린 5186.3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76.08포인트(-3.43%) 내린 1만6200.08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를 구성하는 500대 기업 가운데 이날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단 22개에 불과하다.

지난주초,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과 주요 기업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상승 무드를 다시 타는 듯했던 시장은 지난주 발표된 7월 고용지표 제조업 업황 악화·노동시장 급속 냉각을 시시하는 경제 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올 한 해 미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빅테크(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

상반기 기술주 랠리를 이끈 인공지능(AI)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날 전장 대비 6.36% 더 떨어진 100.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한달새 20.17% 하락했다. 지난 6월20일에 기록한 최고가 140.76달러에서 28.63%나 급락한 수치다.

애플은 투자계 큰손 워런 버핏이 지난 상반기 동안 애플 지분의 절반 가량을 처분했다는 소식이 더해져 주가가 4.82% 밀렸다.

그외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M7)’에 속한 마이크로소프트(MS) 3.27%, 알파벳(구글 모기업) 4.45%, 테슬라 4.23%, 아마존 4.10%, 메타(페이스북 모기업) 2.54% 각각 떨어졌다. M7 시총 합산액은 5일(현지시간) 하루에만 6550억달러(약 897조원)가 증발했다.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M7의 시총은 한때 1조달러(1368조원)가 증발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애플 시총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럽 증시 역시 2% 안팎 하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은 2.22% 하락한 486.79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닥스(DAX)는 1.95% 밀린 1만7317.58, 프랑스 CAC40은 1.61% 빠진 7134.78로 마감했다. 영국 FTSE 지수도 8008.23로 2.04% 하락했다.

시장의 공포 심리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공포지수’도 팬데믹 이후 4년여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VIX는 전 거래일 대비 15.18포인트 상승한 38.57을 나타냈다. 이는 2020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샘 스토벌 CFRA리서치 수석투자전략가는 “시장은 묘지를 지나며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며 “이번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부터 시장은 이미 조정에 매우 취약한 상태였는데도 시장 참가자들은 애써 담담한 척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역한 경제·고용 데이터가 조정에 촉매됐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연준이 지난주 열린 7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유명 경제학자 제러미 시겔 교수는 “긴급 인하” 요구까지 제기한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 CNBC방송에 출연해 “경제가 둔화하는데도 제약적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연준의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었을 수 있었음을 인정했다.

미 경기 침체 우려에다 일본에서 단행한 금리 인상 조치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행(BOJ)의 긴축 개시로 일본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외국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기 시작한 게 일본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의 폭락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5일 사상 최대 하락폭(4,451.28포인트)을 기록하며 전장 대비 12.40% 내린 31,458.42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률은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14.9%)’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하락폭은 3,836포인트였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지난 2년간 일본 증시 강세의 주동력은 엔화 약세”라면서 일본 주식 투매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재 일본 증시에 진입하는 것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 지수는 5일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폭(종가 기준)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19일(133.56포인트)를 뛰어넘어 역대 최대 규모이며, 하락률로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16년 만에 최대다. 코스닥 지수도 이날 전장 대비 88.05포인트(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대만 증시 자취안 지수는 8.4% 급락 마감, 1967년 이후 최악의 매도세를 기록했다. 자취안 지수 하락폭(1,807.21포인트)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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