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구급차 요청했을 뿐인데"…20대 한인 여성, 美 경찰 총격에 사망
뉴스종합| 2024-08-09 07:05
경찰 총격에 사망한 한인 이모씨 자택 현관 [연합]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미국 뉴저지주에서 조울증으로 구급차를 요청한 20대 한인 여성이 출동한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한인회와 피해자 측 변호사, 뉴저지주 검찰 발표 등을 종합하면 뉴저지주 포트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26)씨가 지난달 28일 새벽 1시 25분께 자택으로 출동한 현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사건 당일 이씨 가족은 조울증 증세가 심해진 이씨를 평소 진료받던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911에 구급차를 요청했다.

이씨 가족은 구급차만 요청했지만 911 대응요원은 관련 규정상 경찰이 동행해야 한다고 가족에게 알렸다.

이씨는 경찰이 출동한다는 말에 병원 이송을 거부하며 택배 상자를 열 때 사용하는 소형 접이식 주머니칼을 손에 쥐었고, 이씨 가족은 경찰이 상황을 오해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사실을 추가로 911에 알렸다.

이씨는 평소 폭력 성향을 보이지 않았고, 주머니칼은 남을 위협하려고 쥐었던 게 아니었다고 이씨 유가족은 전했다.

구급대원 없이 경찰만 출동한 상황에서 상황 악화를 우려한 이씨 가족은 출동한 경찰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이씨가 진정되길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현관을 부수고 이씨 집에 진입했고, 당시 19ℓ짜리 대형 생수통을 들고 현관 근처에 서 있던 이씨를 향해 총격을 1회 가했다.

총알은 이씨 흉부를 관통했고, 이씨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뉴저지 검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칼을 수거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씨 유가족은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올 당시 주머니칼은 이씨 손이 아닌 바닥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문을 부수는 소리에 두려움을 느껴 물통을 들고 있었을 뿐인데 경찰이 진입 후 이씨를 보자마자 총격을 가했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흉기를 소지하거나 출동 경찰을 위협하는 등의 행위가 없었는데도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과잉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뉴저지주 검찰은 사건 발생 1주일 후 총격을 가한 경찰관 이름이 토니 피켄슨 주니어라고 공개하고, 관련 법규에 따라 경찰이 적법하게 대응했는지에 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씨가 거주하던 포트리는 뉴욕시 맨해튼과 인접한 뉴저지주 동북부 도시로, 한인이 밀집해 거주하는 곳으로 꼽힌다.

이씨가 거주하던 아파트는 허드슨강 강변에 인접한 고급 주거시설이었다.

이씨는 정신건강 문제로 2021년 학업을 포기하긴 했지만 여행, 음악연주, 반려견과 시간 보내기 등으로 컨디션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 상황이 나아지면서 뉴욕 맨해튼의 음악 스튜디오에서 일하기도 했다고 유가족은 전했다.

현지 한인사회는 경찰의 과잉대응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저지한인회와 이씨 유가족 변호사는 7일 한인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보디캠 영상 공개와 함께 투명한 진상조사를 주 당국에 촉구했다.

한인회는 "병원 이송을 위해 구급차를 요청한 가족의 요청에 경찰이 무력을 먼저 사용한 이번 사건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씨 유가족 변호사는 "경찰의 불필요한 치명적 무기 사용, 가족과의 상담 부족, 응급 의료 인력 부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뉴저지주 법무부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보디캠 영상 및 모든 증거를 확실히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5월에도 LA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요청한 한인 양모(사망 당시 40세) 씨가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LA 경찰국(LAPD)이 공개한 해당 경찰관들의 보디캠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양씨의 아파트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나서 양씨를 맞닥뜨린 지 약 8초 만에 "그것을 내려놓아라"(Drop it)고 외치며 현관문 앞에서 총격을 3차례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123@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