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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도 실패했던 연준…美 ‘연착륙’ 가능할까
뉴스종합| 2024-08-09 10:41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 [AFP]

[헤럴드경제=김빛나·김영철 기자]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최근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무사히 끝내고 경제 연착륙에 도달할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뉴욕증시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긴급 금리 인하 필요성은 잠재웠지만 노동 시장 등 여전히 불안정한 지표가 남았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오판해 시장 실패로 이어진 1980년대 ‘폴 볼커의 실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성장이 여전한 가운데 인플레이션까지 진정되면서 연착륙 기대가 컸지만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로 인해 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라고 8일(현지시간)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평온하게 식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준이 금리 인하를 너무 오래 기다림으로써 더 고통스러운 불시착 위험이 커지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실업률은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4.3%를 찍었고,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도 시장 전망(17만5000건)에 못 미치는 11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게이트웨이 투자자문의 조지프 페레라 투자전략가는 “최근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은 남은 올해의 미리보기일 수 있다”며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 지정학적 갈등, 11월 대선 등이 투자자들을 계속 긴장 상태에 놓이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1979년부터 1987년까지 연준을 이끈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볼커 전 의장은 20%라는 기록적인 수준의 기준금리를 높이며 물가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1980년 정부의 압박 등으로 금리를 17%에서 9%로 하향 조정했고, 한 순간의 오판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볼커 전 의장은 다시 금리를 19% 수준으로 올렸고 1983년이 돼서야 미국 물가상승률은 1983년 3%대 수준을 회복했다.

NYT는 “만약 금리가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높아져 경제가 약해져 경기 침체에 빠진다면 연준이 초래한 것”이라며 “(연준이 경기 침체를 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볼커 전 의장 사례를 언급했다.

다만 뉴욕증시가 안정을 찾으면서 연준이 긴급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은 감소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76% 오른 3만9446.49에 장을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종합지수 모두 전장보다 2% 가량 뛰었다.

제레미 시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미 CNBC방송에 “더 이상 금리를 긴급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통화 규칙을 봤을 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가능한 한 기준 금리를 4%로 내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걸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5일 “연준이 0.75%포인트의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발언을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5일 글로벌 증시 폭락 사태 직후 월가 일각에선 연준이 9월 정례회의 전 긴급회의를 열어 현재 5.25~5.50% 사이에 있는 기준금리를 긴급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경기침체 관련 지표 ‘삼 법칙(Sahm Rule)’을 개발한 클라우디아 삼 뉴센추리 어드바이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긴급 금리 인하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삼 법칙은 미국의 실업률 추이를 토대로 경기침체 초기 단계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경기위험 판단 지표다. 삼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CNBC에 “긴급 금리인하를 필요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고 여기진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입장이 바뀐 건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힘을 실으면서로 보인다. 이달 3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계절 조정 기준 23만3000명으로, 직전 주보다 1만7000명 감소했다. 1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전문가 예상치(24만1000건)에서도 이번 실업보험 청구건수는 하회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장은 오는 22일부터 시작하는 잭슨홀 미팅을 주목하고 있다. NYT는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석학이 모이는 잭슨홀 미팅에서 “회의에서 연준이 너무 오랫동안 금리를 유지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binna@heraldcorp.com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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