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우리 아이 ‘유리멘탈’ 알고보니 스마트폰 탓
라이프| 2024-08-09 11:16
불안 세대/조너선 하이트 지음/이충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똑같은 춤을 ‘챌린지 댄스’라며 추고 찍어 올리는 소녀들. ‘너도 #ADHD있어? 나도 #정신과 다녀’ 식으로 각자의 정신질환을 전시하는 행태.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콘텐츠다.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당장 자녀의 스마트폰을 빼앗고,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금지시켜라. 그래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비극이 끝난다.

정치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세계의 100대 사상가로 꼽는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신간 ‘불안 세대’에서 전 세계적으로 2010년대에 청소년기에 진입한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의 남용으로 그 어떤 세대보다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둘 사이를 확연하게 구분하는 커다란 강이 흐른다고 단언한다. 2013년 아이폰을 가진 13세 아이(2000년생)의 일상생활, 의식, 사회적 관계는 2007년에 플립폰을 가졌던 13세 아이(1994년생)의 그것과는 아예 다른 종류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전까지는 청소년에게 정신질환 위기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상황이 확 변했다”며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많은 나라에서 Z세대와 일부 후기 밀레니얼 세대의 정신 질환 비율이 증가한 반면, 그보다 윗세대는 추세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연구의 결론부터 공개한다.

그리고 왜 ‘청소년 불안과 우울이 국제적으로 동시에 증가’했는지, 이유를 분석해나간다. 저자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SNS가 현재의 모든 청소년 문제의 원흉이다. 이것들은 불안의 증폭기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고 경계한다. 그런데 이런 ‘경보 벨’은 단지 신체적 위협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인간은 큰 뇌와 사회적 집단을 형성하는 능력으로 진화적 이점을 누렸지만, 대신 따돌림을 당하거나 모욕을 받는 등 사회적 위협에도 긴장 상태가 되는 약점을 가지게 됐다. 특히 청소년은 신체적 죽음보다도 사회적 죽음을 더 염려하는 집단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콘텐츠가 영원히 살아남고 모두가 그것을 볼 수 있는 SNS 시대에는 작은 실수조차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며 “실수를 하면 전혀 일면식도 없는 다수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는데, 이는 청소년에게 최악의 환경”이라고 단언한다.

비난받을까 싶어 잔뜩 겁먹은 아이들은 그 또래 아이들의 특성인 ‘발견 모드’가 되는 대신 ‘방어 모드’로 초기 설정이 된다. 둘의 차이를 저자는 직관적으로 묘사하는데, 천적이 없는 섬에서 진화한 동물이 겁 없이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와 탐색하는 것이 발견 모드라면, 늘 포식자의 위협 속에서 진화한 토끼나 사슴 같은 동물처럼 언제나 바짝 긴장하는 것이 바로 방어 모드다.

저자는 특히 요즘 여자아이들은 모조리 방어 모드로 전환됐다고 단언한다. SNS가 남자 청소년보다 유독 여자 청소년에게 ‘쥐약’인 이유를 한 장을 할애해 조목조목 설명한다.

먼저 여자아이들의 특징을 보자. 고민거리가 많은 사춘기에는 여러 명의 친구보다 정말로 자기 말을 경청해주고 지지해줄 단 한 명의 ‘절친’이 절실하다. 또 그 또래 여자 아이는 남자처럼 힘으로 찍어누르는 물리적 공격 대신 뒷담화 등으로 라이벌의 인간관계를 끊어버리는 심리적 공격을 사용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특징이 합쳐진 여성 청소년에게 SNS의 효과는 상당히 파괴적이다. 우선 관계적 공격성을 쉽게 드러낸다. 한 명만 쏙 빼놓고 채팅방을 만들거나, 다이렉트메시지(DM)로 욕설을 보내는 등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여기에 SNS는 지위 경쟁을 공개적인 것으로 만들어 가까운 친구 몇 명을 사귀어서는 학교에서 도태되니 최대한 넓은 인맥을 가져야 한다고 그들을 압박한다.

그 와중에 그녀들은 SNS에 있는 수백~수천 명의 친구(팔로워)들은 내가 어려울 때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은 계속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우울증과 그 밖의 정신장애에 시달리며 진취적인 태도를 잃고 소극적으로 변한 10대 여성 청소년이 한 세대에 비정상적일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부모의 양육 방식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며 회초리를 든다. 부모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아이가 도보 15분 거리의 학교마저 혼자 등교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과잉보호하지만, 포르노와 폭력이 넘쳐나는 온라인 세계에서는 아이들을 무책임하게 방임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와 가정은 어떻게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구해야 할까. 스마트폰을 사줬을 뿐인데,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겠다. 책에서도 일부 해법을 제시한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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