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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존 레논이 사랑한 가루이자와, 日여행 새 타깃[함영훈의 멋·맛·쉼]
라이프| 2024-08-09 14:11

[헤럴드경제(가루이자와)=함영훈 기자] 동계올림픽 개최지 일본 나가노현에는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이 사랑한 가루이자와 마을(町)이 있다. 존 레논은 이곳이 비틀즈의 고향, 리버풀 근교의 숲과 닮아 자주 찾곤했다.

비틀즈 가족들이 주로 묵었던 만페이호텔
숲과 개천 등 자연을 존중하는 설계를 한 요즘 핫플, 호시노야 가루이자와

존 레논은 아내 오노 요코와 함께 1970년대 도쿄, 가루이자와, 하코네 등지를 여행하면서 가루이자와를 가장 맘에 들어했다고 한다.

가루이자와 만페이 호텔은 그의 단골 숙소였다. 자전거 뒤엔 아내를 태우고, 앞에는 아들 숀 레논이 탈 수 있는 어린이용 간이의자를 만들어 가루이자와 일대를 하이킹했다.

이곳에 요즘도 가족 단위 자전거 하이킹 족들이 많은 것은 숲과 읍내, 도로를 연결하는 자전거길이 잘 열린 점도 있지만, 존 레논-오노 요코 가족의 자전거 탄 풍경이 아름다웠기에, 여행자들도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가족단위 하이킹족
러브스토리 in 가루이자와

유럽, 미국에서 가수활동을 하니, 이곳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지만, 존 레논은 1976년부터 죽기 전 해인 1979년까지 내리 4년 가까이 가루이자와에 머물렀다.

현지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숙소는 만페이호텔 알프스관이었다고 한다. 만페이호텔은 자연속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창을 열거나 발코니에 나가면 바로 대자연과 마주한다.

가루이자와는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현의 동단에 위치한다. 근처에는 일본 3대 명천이자 약탕인 구사쓰 온천과 스키장이 있다. 백두산 보다 약간 낮은 아사마산이 가루이자와-구사쓰 두 개의 건강 마을을 호위한다.

가루이자와를 호위하는 아사마山
나가노 대왕와사비농장
나가노현 마쓰모토성과 마주하는 일본 주부(中部)지방의 알펜루트

일본 국보 마쓰모토성을 갖고 있고, 생육환경이 까다로운 대왕와사비와 된장을 일본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가노현의 중심에서 차로 1시간 이동하면 가루이자와에 닿는다.

가루이자와는 해발 1000m에 있기 때문에, 여름에도 선선하다. 19세기 캐나다 선교사가 쇼(Alexander Croft Shaw)가 이곳에 바람 쐬러 왔다가 매료돼 서양식 별장을 짓자 동료 서양선교사, 일본 부자들이 앞 다투어 서양식,동양식 별장을 지었고, 도쿄 시민들도 대거 주말이면 이곳에 와 청정생태를 흡입했다.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 유명한 작가와 예술가들이 가루이자와를 좋아했다고 한다.

가루이자와 옛 읍내 긴자거리

가루이자와는 교토와 에도(현 도쿄)를 잇는 나카센도 도로 중간 역참 마을이 되면서 읍내가 발달한다. 구시가지 거리와 유서 깊은 긴자 지역에는 부티크와 카페, 식당 등이 즐비해 이곳에서 현지 토산품을 체험하고 쇼핑하는 사람이 많다.

국제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거리에 전통 일식부터 프랑스식은 물론, 네팔부터 이란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선보이는 맛집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가루이자와 역에서 약 1.5㎞ 거리에 있는 구모바이케 연못은 그림 같은 풍경이 아름다워 산책하기 좋다.

하루니레 테라스 아케이드는 유카와강변에 티내지 않고 착상했다.

자연 속에 숨은 채 손님을 반기는 숲속 아케이드, ‘하루니레(Harunire) 테라스’와 호시노 브랜드의 초기 유산을 간직한 ‘호시노 애리어’는 붙어있는데, 이곳에서 여행자는 맛도 즐기고, 교훈도 얻는다.

유카와 강이 흐르고 느릅나무 100여그루가 자생하는 곳에, ▷갓 수확한 로컬푸드로 음식을 만드는 코코테리, ▷지역에서 재배한 커피로 특별한 향기를 만드는 마루야마 커피, ▷지역 목장에서 신선한 유제품을 배달받아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하비스트, ▷300종의 지구촌 내처럴와인을 선보이는 세르클 등 9개 건물에 16개 상업시설이 있다. 손님들은 얼추 동양인 반, 서양인 반이다.

가루이자와엔 일본 내 다른 대도시-소도시에 비해 한국인, 중국인들이 적어보인다. 품격 있는 한국인들의 일본여행에 새로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호시노2세가 1929년 과학자,임직원과 수력발전기를 만든뒤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호시노 창업주와 2세는 1929년 수력발전기를 만들어 리조트에 필요한 에너지의 70%를 충당해, 지속가능 경영의 모범이 되고 있다. ‘호시노야 가루이자와’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며 ‘계곡의 마을에 머무는 것’을 콘셉트로 리조트 경관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 족적은 ‘호시노 애리어’에서 만난다.

가루이자와 근방에는 한나절 코스로 돌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명소가 몇 곳 있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25분이면 도착하는 시라이토 폭포는 낙차 높이는 길지 않지만 넓이가 70m나 된다. 명품 무대의 거튼처럼 녹색숲 안에 드리워져 있다.

시라이토 폭포

인근의 소도시에 있는 고모로성 공원은 1600년대 초에 만들어진 유서 깊은 성문을 넘어 한 폭의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지는 곳이다. 누노비키 간논 사원은 절벽에 세워져 멋진 고모로 풍경을 빚어내는 중요 소품이 된다.

아사마산 등반객들은 대개 고모로를 출발지로 삼는다. 가루이자와 에서 시나노 데쓰도선 열차를 타고 고모로역에 내리면 된다. 역에서 다카미네 코겐 온천에 있는 하이킹 코스 시작 지점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다카미네 코겐 온천의 하이킹 코스 시작 지점에서 정상까지는 트레킹으로 약 3.5시간이 걸린다.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몇 곳 있지만, 체력이 보통 정도만 되면 무리 없이 등정할 수 있다.

푸르름과 싱그러움이 곁들여진 가루이자와 손민(村民)식당의 소바

울창한 숲을 통과해 수목 한계선 위로 올라가면 화산 지대가 나온다. 여기부터는 일본 북알프스와 야쓰가다케 연봉, 그 너머까지 환상적인 전망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존 레논은 가루이자와에 매료되어 이곳에 가족의 보금자리를 두기로 마음먹는다. 별장을 짓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 레코딩을 위해 뉴욕으로 건너갔던 존은 어느 과대망상 사생팬에 피격을 당해 숨진다. 죽는 순간 존 레논은 가족과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려 했던 그곳, 가루이자와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취재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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